한베평화재단, 강정마을서 제막
‘평화의 소녀상’ 작가가 제작
베트남전 종전 42주년을 맞아 베트남전에서 한군국에 희생된 어머니와 아기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제작된 ‘베트남 피에타’ 동상이 4·3사건 등 역사의 아픔을 지닌 제주를 찾았다.
재단법인 한베평화재단은 26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내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베트남전 종전 42주년 기념 기자회견 및 베트남 피에타 동상 제막식을 개최했다. 베트남 피에타 동상은 베트남전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희생자인 어머니들과 억울하게 죽어간 이름도 없는 아기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김운경 작가가 제작했다.
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 피에타 동상 설립 모금 활동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에 하나씩 동상을 세울 계획으로, 올해 베트남전 종전기념일(4월 30일)에 맞춰 첫 번째 베트남 피에타를 제주에 세우게 됐다. 한베평화재단은 지난해에도 베트남전 종전기념일에 맞춰 베트남 피에타 원형을 공개한데 이어 베트남 다낭박물관과 베트남 국민 시인 탄타오에게 베트남 피에타 동상 모형을 기증했다.
제주에 자리를 잡은 베트남 피에타 동상 옆에는 제주 4·3사건부터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강정마을까지 제주의 아픔들을 기억하고, 베트남전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추모공간에는 고은 시인과 탄타오 시인의 평화에 대한 글을 새긴 동판도 세워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우일 한베평화재단 이사장(천주교 제주교구장)은 “10년 전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그날부터 평화를 위한 많은 이의 희생과 헌신이 이어지고 있고, 그 후로 ‘강정’과 ‘평화’는 같은 말이 됐다”며 “10년이 지나 평화의 이름으로 베트남 피에타 동상이 강정에 깃든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제막식이 열린 4월 26일은 강정마을이 제주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지 만 10년(2007년 4월26일)이 되는 날이다.
강 이사장은 또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역사의 행간으로 사라진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실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 형제와 이웃을 그 전쟁터로 내보낸 우리 모두의 참회와 사죄가 이뤄져야 하며, ‘베트남 피에타’는 그 출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전에서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성과 성찰을 이어 평화로 나아가고자 지난해 4월 발족했다. 지난 2월 재단 설립을 마친 뒤 베트남 전쟁에 대한 학술연구, 평화교육, 전쟁 피해자 복지사업, 베트남과의 문화예술교류 등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베트남전 종전 기념일을 기해 희생자에 대한 사죄와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글ㆍ사진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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