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ㆍ호주ㆍ칠레ㆍ남아공을 연계
천문硏, 가동 1년 7개월 만에 성과
표면온도 낮아 생명체는 없을 듯

우리 과학자들이 호주와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구축한 천체망원경 네트워크(KMTNet)가 가동시작 1년 7개월 만에 지구와 질량이 비슷한 외계행성을 찾아냈다. 24시간 연속 관측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외계행성 탐색시스템인 KMTNet에 국제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KMTNet을 이용해 지구에서 약 1만3,000광년(1광년=약 9조5,000억㎞) 떨어진 우주공간에 지구 질량의 1.43배만한 행성이 1억7,000만㎞ 거리의 중심별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26일 밝혔다. 올 2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태양계 밖에서 찾아낸 ‘미니 태양계’의 행성들(본보 2월 23일자 1^12면)과 유사하다고 천문연은 설명했다. 다만 이번 지구 질량 외계행성은 중심별이 태양보다 훨씬 작고 차가워 표면온도가 명왕성보다도 낮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천문연 연구진은 “지구와 유사한 행성이 다양한 환경에서 형성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이번 발견의 의미를 소개했다. 관련 논문은 미국 천체물리학저널레터 26일자에 실렸다.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외계행성을 찾기 위해 천문연이 2009년부터 200억원을 들여 구축한 KMTNet은 시스템 기획부터 설계, 운영까지 모두 우리 과학자들이 주도했다. 2015년 10월 가동 시작 이래 대전 천문연과 호주, 칠레, 남아공에서 13명의 과학자가 KMTNet을 운영하며 하루에 3억개의 천체를 탐색하고 있다. 미국과 폴란드도 글로벌 관측 시스템을 운영하지만, 외계행성 탐색에 최적화한 건 KMTNet이 유일하다. KMTNet 연구책임자인 이충욱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외국에 대규모 관측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처음이라 완공까지 많이 긴장했는데, 잘 가동돼 뿌듯하다”며 “외계행성 탐색 분야에서 국제적 선도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