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오늘이소서 매일이 오늘이소서 / 저물지도 새지도 말으시고 / 새려면 늘 언제나 오늘이소서”
우리 노랫말의 원형을 담고 있는 책 ‘청구영언’은 이 노랫말로 시작한다. 1728년 이 책을 펴낸 김천택은 노랫말 580수 중 첫 곡으로 희망에 찬 미래를 노래하는 시조를 골랐다. 그 동안 일반에 공개된 적 없었던 ‘청구영언’의 원본과 함께 우리나라의 노랫말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전 ‘순간의 풍경들, ‘청구영언’ 한글 노랫말 이야기’가 28일부터 9월 3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다.
‘청구영언’은 윤선도, 정철 등 개인 문집에 실려 있거나 구전으로만 전하던 가곡의 노랫말을 한데 모아 시대별, 인물별로 엮은 책이다. 고려 말부터 편찬 당시까지 임금, 사대부, 기녀, 중인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가곡의 노랫말이 한글로 실려 있다. 성삼문의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까 하니’, 정몽주의 ‘이 몸이 죽어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등은 ‘청구영언’에서 비로소 기록으로 남겨졌다. ‘청구영언’을 최초의 시조집이라 일컫는 이유다.
이전까지 ‘청구영언’ 원본은 학계에서도 단 두 명을 제외하고는 한 명도 실물을 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948년 조선진서간행회가 발행한 활자본 ‘김천택 편 청구영언’이 있어 원본을 대신하는 연구자료로 활용돼 왔다. ‘청구영언’의 주해 작업에 참여한 권순회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원본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활자본에서 마모된 부분까지 보다 정확하고 엄밀한 연구가 가능해졌다”고 의의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청구영언’과 함께 3대 가집으로 꼽히는 국립국악원 소장 ‘가곡원류’와 계명대 동산도서관 소장 ‘해동가요’ 박씨본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 성호 이익의 셋째 형인 이서가 연주했던 거문고 ‘옥동금’과, 조선후기 거문고 악보인 ‘삼죽금보’ 등 노랫말의 실제 가창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는 유물도 함께 전시된다.
‘청구영언’의 ‘만횡천류’에 실린, 조선 후기 한양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노랫말은 오늘날 현대인의 일상에 빗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런 점에 착안해 현대적으로 꾸민 전시 공간도 눈길을 끈다. 짝사랑, 이별, 불륜 등 노골적인 사랑의 노랫말 17수만 따로 모아 손글씨로 연출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2013년 9월 개인 소장자로부터 ‘청구영언’을 구입해 2014년 박물관 개관 이후 소장해 왔다. 지난 21일에는 ‘청구영언’의 영인본과 주해서도 발간했다. 국립한글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열람 가능하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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