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총 ‘섀도보팅’ 요청 상장사 642개… 전년 보다 40.5% 급증
올해 제도 폐지 영향… 감사 선임 안건에 요청 절반 몰려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 12월 결산 상장기업 중 한국예탁결제원에 의결권 대리행사(섀도보팅)를 요청한 회사가 작년보다 4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감사, 이사 등 임원 선임이나 임원 보수와 관련된 중요 안건들에 섀도보팅이 이뤄졌다.
26일 예결원에 따르면, 이번 정기 주총에서 섀도보팅을 요청한 상장사는 624개사로 작년(457개사) 대비 40.5% 급증했다. 시장 별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739개사 중 193개사(26.1%)가 섀도보팅을 요청했다. 코스닥시장 1,185개사 중 448개사(37.8%), 코넥스시장 134개사 중 1개사(0.7%)가 의결권 대리행사를 각각 요청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정기 주총에서 섀도보팅을 요청한 상장기업은 전체 2,058개사의 31.2%를 차지했다.
섀도보팅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예결원이 참석 주주들의 실제 찬반 비율에 따라 대신 행사하는 제도다. 상장 기업이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예결원에 요청해 이뤄진다.
이번 주총 시즌에 섀도보팅 요청이 급증한 것은 이 제도가 올해를 끝으로 폐지되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섀도보팅은 기업들이 새도보팅으로 정족수를 확보해 감사나 이사 등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자의적으로 내린다는 비판에 따라 2015년 1월 폐지가 예정됐었다. 그러나 폐지할 경우 주총 성립이 어려운 상장법인들의 대규모 혼란 방지를 위해 ‘전자투표를 채택하고 모든 주주에게 의결권 대리행사의 권유를 한 상장법인’에 한해 올해 말까지 조건부 유예했다. 특히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상장 폐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마지막 섀도보팅 제도를 적극 활용한 셈이다.
의안별로 봐도 이 같은 목적은 확인된다. 의안별 섀도보팅 요청 수는 총 1,524건으로 조사됐는데, 이 중 ‘감사 등 선임’ 관련 안건이 693건(45.5%)으로 가장 많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93개사 중 181개사(93.8%)가, 코스닥시장에서는 448개사 중 378개사(84.4%)가 감사 선임 건에 섀도보팅을 요청했다. '임원 보수한도 등'과 ‘이사선임’ 등과 관련한 중요한 안건도 각각 279건(18.3%)과 273건(17.9%)으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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