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도중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고향을 떠난 주민의 귀환 여부를 “본인 책임”이라고 발언하고 기자에게 폭언을 가했던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일본 부흥장관이 이번엔 “대지진이 동북지방에서 일어나 다행이다”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25일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에 따르면 이마무라 장관은 이날 도쿄도내 한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파벌 행사에 참석해 강연하던 도중 동일본 대지진에 대해 “동북이라 다행이었다. 수도권에 가까웠다면 심대한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현장을 촬영하던 일본 NHK방송이 제작한 영상으로 고스란히 퍼져나갔다.
교도(共同)통신에 의하면 그는 행사 후 기자회견에서 뒤늦게 “부적절한 발언으로 모든 이들에게 상처를 입힌 것에 깊이 사죄한다”고 밝혔다. “동북에 지진이 발생한 것만으로 피해액이 250조엔에 이른다. 수도권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란 의미”라고 해명하기도 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결국 사임 의사를 굳혔다. 발언 당시 현장에 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동북 분들을 상처 입힌 부적절한 발언이 나왔기에 총리로서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이마무라 장관은 이달 초 이미 막말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지난 4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고향을 떠나 생활하는 주민의 귀환 여부를 “본인 책임”이라고 발언했다가 “국가의 책임은 없는 것인가”란 기자의 질문에 “당신, 다시는 오지 마라. 시끄럽다”고 반말로 화를 냈다. 그는 같은 날 저녁 사과했지만 피난민ㆍ지원단체는 물론 야당과 연립여당에서도 사퇴 주장이 이어져 왔다.
요미우리는 이마무라 장관의 사임에 아베 총리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했으며 사실상 경질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일단 야권의 파면 요구를 거부했지만 반발이 격화되자 결국 사임하는 형태로 이마무라 장관을 내보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막말 논란에 이어) 두 번째 과실은 심각한 문제라 충분히 사퇴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2012년 출범한 제2차 아베 내각에서 불상사로 인한 각료 사임은 이번이 5번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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