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내 집 고르는 법
지난 14일 경기 수원시에 문을 연 한화건설의 ‘광교 컨벤션 꿈에그린’ 견본주택에는 사흘 동안 3만4,000여명이 다녀갔다. 견본주택을 보려는 인파가 하루 평균 1만1,000여명씩 다녀간 셈이다. 본격적인 봄 분양철을 맞아 각 지역 견본주택들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만들어지기 전에 분양하는 이른바 선분양 방식이 대부분인 탓에 견본주택은 향후 살게 될 집의 모습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그러나 견본주택 방문 시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되면 일생일대의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견본주택에는 수요자의 심리에 호소하기 위해 고도로 계산된 건설사의 판촉 장치들이 숨겨져 있다”며 “자신만의 뚜렷한 평가 기준으로 냉정하게 장단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장식품에 혹해 정작 눈여겨 봐야 할 점들을 놓쳐 내 집 마련의 기쁨보다 후회가 더 커지는 일이 없도록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견본주택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부분들을 소개한다.
방문 전 사전 정보는 필수
방문 전 아파트 분양에 대한 세부 내용이나 일정을 미리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가능한 많이 수집하는 게 좋다. 해당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가격 수준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는지 충분히 검토한 뒤 견본주택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견본주택 안에 들어섰을 때 어느 곳부터 관람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대다수는 서둘러 각 평형 전시 모델 내부를 둘러보고 한다. 그러나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먼저 견본주택에 설치된 단지 배치도와 주변 현황도, 그리고 각 평형 전시모델 입구에 있는 평면도 등을 살펴본 뒤 마지막에 전시모델 내부를 보는 순서로 동선을 짜는 게 좋다.
단지배치 모형도 확인이 최우선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 했다. 마찬가지로 견본주택에 방문하면 실내 구조보다 먼저 단지배치 모형도를 확인해야 한다. 단지배치 모형도를 통해 아파트의 형태 및 방향, 조망 여부, 동간 거리, 경사도, 주민편의 시설, 주차장, 녹지공간까지 대략적인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지 주변현황 모형도 역시 중요하다. 이를 통해 앞으로 생활할 집의 입지 여건 등을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주변 도로와 학교, 공공ㆍ상업시설까지의 거리를 살펴보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만큼 모형도를 꼼꼼히 챙겨보는 게 필수다.
평면도 확인 후 실내구조 살피기
실내구조를 확인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다. 각 평형 전시모델 입구에 설치된 평면도다. 일단 전시모델 내부로 들어가보면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고 방문객이 많으면 발 디딜 틈조차 없을 때도 있다. 평면도를 확인해 각 방의 배치와 동선을 고려하면 전시모델을 점검하는 시간도 절약하고 보다 꼼꼼히 살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전시용 진열품은 없다고 상상하라
각 평형 전시모델 내부에 들어가면 본격적인 건설사의 화장발이 시작된다. 이 때문에 진열품과 설치품을 구분해서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화려한 조명과 전시품을 뺀 모습을 상상해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분양가에 포함된 가스레인지는 입주할 때 청약자의 것이지만 벽에 걸려 있는 그림과 주방 찬장의 그릇, 거실 커튼 등은 청약자의 것이 아니다. 벽지 역시 다른 색깔로 도배하면 어떤 분위기일까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마냥 좋다고 감탄하지 말고 장차 자신이 살 집인 만큼 꼼꼼히 챙겨 볼 필요가 있다.
견본주택용 가구에 속지 마라
견본주택이 실제 집보다 넓어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견본주택은 대부분 발코니 확장을 한 상태로 연출된다. 보통 견본주택 바닥을 보면 방과 발코니를 구분하는 점선 모양의 테이프가 확장공사 면적을 나타낸다. 이를 감안해 확장을 하지 않았을 때 모습을 떠 올려 보는 게 중요하다.
모델하우스용 침대도 조심해야 할 대상이다. 일반 침대보다 사이즈가 작아 상대적으로 방을 커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누워보면 어른은 잘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꼬마침대도 있다. 간혹 공간감 확보를 위해 실제 천장 높이보다 모델하우스의 천장고를 높이는 경우도 있는 만큼 직원에게 실제 천장 높이도 확인해 봐야 한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