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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우동 한 그릇도 기부할 수 있어요

입력
2017.04.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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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해 미리 값 지불 ‘미리내 쿠폰’

다이어트 성공 때마다 이웃에 도시락 기부도

21일 강원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 뽀금이네 식당 문 앞에 붙어 있는 '착한가게' 현판. 뽀금이네 식당은 강원도 제234호 '착한가게'로 수익의 일정액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한다. 정반석 기자
21일 강원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 뽀금이네 식당 문 앞에 붙어 있는 '착한가게' 현판. 뽀금이네 식당은 강원도 제234호 '착한가게'로 수익의 일정액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한다. 정반석 기자

대한민국은 ‘기부 안 하는 나라’다. 지난해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140개국 중 75위에 그쳤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1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가까운 한국 경제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준. ‘기부는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베푸는 것’이라는 인식이, 저조한 기부 실적의 이유로 꼽힌다. ‘기부를 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더라도 “어떤 단체에 얼마나 기부해야 할지, 어디에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기부는 생각보다 쉽다. 먼저 음식점이나 카페, 병원이나 꽃집 등 일상생활을 하면서 드나드는 가게의 입구를 확인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착한가게’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면, 그 곳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만으로 이미 소정의 기부를 한 것이다. 자신이 모를 뿐이다.

실제 23일 서울 마포구의 베이커리카페 ‘허밍벨라’에서 만난 대학생 신지혜(23)씨는 “들어오면서 사랑의열매가 그려진 현판을 보긴 했는데”라면서 “내 소비가 기부로 연결된다고 하니 케이크를 하나 더 주문할걸 그랬다”고 웃었다. 가게 입구에 ‘수익금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착한가게입니다’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있는데도 말이다.

카페와 인접한 사주카페 ‘재미난조각가’는 매달 꼬박꼬박 66만원씩을 이웃들에게 기부, 약 5년간 누적금액이 4,000만원가량이지만, 손님들 중에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곳을 찾은 직장인 정희수(30)씨는 “따로 기부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라도 내 돈이 의미 있게 쓰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페나 밥집을 이용하면서 목마르고 배고플 누군가를 위해 미리 값을 치를 수 있는, ‘미리내 쿠폰’을 만들 수 있는 가게가 서울 시내에만 60개 남짓이다. 가게를 방문한 손님이 ‘시원한 아메리카노 2잔!’ ‘공부하느라 힘든 학생에게 우동 한 그릇 대접합니다’ 등의 메시지를 쓰고 그만큼의 값을 미리 지불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착한가게인 동시에 미리내가게인 마포구 ‘노피디네 콩볶는집’에는 23일 12장의 미리내 쿠폰이 적립돼 있었다. 노희정 대표는 “쿠폰을 사용하는 사람보다 기부하고 가는 사람이 더 많아 이만큼 쌓였다”며 “단돈 몇 천원으로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 꽤 많은 손님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건강을 챙기면서 기부를 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다이어트 기부’가 그 중 하나다. 다이어트 업체 365mc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손을 잡고, 인터넷 게시판에 미리 쓴 다이어트 계획을 성공할 때마다 5만원상당의 영양 도시락을 지역사회 저소득층 노인과 아동, 미혼모가정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여의도63시티의 1,251개 계단을 모두 오르면 취약계층 아동에게 기부가 되는 행사나, 마라톤 코스 42.195㎞를 완주하면 ㎞당 일정 금액이 기부되는 방법도 있다. 조그만 관심만 가진다면, 기부는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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