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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열매’ 착한 가게, 2만개나 열렸어요

입력
2017.04.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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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뜻 모아 2005년 출발

매달 매출서 3만원 이상 기부

그동안 5000여 위기 가정에 혜택

‘착한가게’를 아시나요?’ 25일 서울 노원구 ‘중계이오동물병원’이 2만 번째 착한가게가 됐대요. 병원비를 속이지 않는 양심적인 가게를 말하는 건지, 의사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면서 친절히 손님을 맞는 가게라는 건지,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병원을 운영하는 이요윤(43) 원장은 착한가게 현판식에서 이렇게 말하네요. “사회가 다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착한가게는 매달 매출에서 3만원 이상 일정액을 꾸준히 기부하는 중소자영업 가게를 말합니다. 기부에 뜻이 있는 가게 주인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가입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지정됩니다. 이후 빨간 ‘사랑의열매’ 모양이 그려진 현판을 가게 앞에 달면서 ‘앞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출에서 일정 금액을 떼 기부를 하겠습니다’라고 선언을 합니다. 2만 번째 가게가 생긴 만큼 현판을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현판이 있는 가게를 방문해 물건을 사 본 사람이라면, 어려운 이웃에게 이미 일정 금액의 기부를 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착한가게는 2005년 시작됐습니다. 당시 10개 정도에 불과했는데요.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자영업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시나브로 커진 덕에 10년이 지난 2015년엔 5,131곳의 착한가게가 태어났습니다. 기부 동참 속도는 더 빨라져 모금회는 “작년에만 4,778곳이 새로 가입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가게가 늘어나니 모금액이 느는 것은 당연지사. 2013년 21억2,000만원이던 모금액은 지난해 59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어올라,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습니다. 홍지원 모금회 대외홍보본부 부팀장은 “신규 가입자 수 증가 폭에 비해 모금액이 훨씬 늘어난 것은 의미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어디에 쓰일까요. 지역별로 아동ㆍ청소년,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업에 사용된다는 게 모금회 설명입니다. 위기가정 지원사업이 대표적입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찾아내 가구당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모금회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한국사회복지관협회 중앙위기가정지원센터 관계자는 “말 못할 여러 사정으로 기초생활수급 신청조차 못하던 5,000여 가정이 그 동안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이외에도 모금회에서는 중증질환을 앓는 저소득층에 의료비를 지원하는 등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답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착한가게는 물건이나 음식을 팔아야만 동참할 수 있는 걸까요. 꾸준한 기부 의사만 있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나 부동산중개업소, 자동차정비소도 ‘착한가게’가 될 수 있습니다. 건물 임대료 수익을 기부하는 ‘착한건물’이나 제주도 택시기사들의 ‘착한택시’, 프랜차이즈 전체가 착한가게가 되는 ‘착한프랜차이즈’ 등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거리 대부분이 착한가게들로 이루어진 ‘착한거리’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현재 전국 9개 지역에 ‘울산 언양 명품착한거리’ ‘대구 남구 안지랑곱창 골목’ 등 27개 착한거리가 조성돼 있습니다. 궁금하면, 한 번 찾아가보세요. 기부, 어렵지 않답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지역별 착한가게 개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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