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캠프를 해킹했던 러시아의 해커들이 프랑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중도신당 앙 마르슈! 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캠프에 대한 해킹을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일본 도쿄에 기반을 둔 사이버보안회사인 트렌드 마이크로(Trend Micro)는 지난달 중순부터 ‘폰 스톰’(Pawn Storm)이라는 친(親)러시아 해킹그룹이 마크롱 후보의 캠프를 상대로 해킹을 시도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트렌드 마이크로는 폰 스톰의 해커들이 마크롱 후보의 진짜 서버처럼 보이게 하는 여러 개의 인터넷 주소를 만든 뒤에 마크롱 캠프 직원들에게 접근해 이들이 사용하는 네트워크 패스워드를 알아내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캠프의 디지털 디렉터인 무니르 마주비도 해킹 시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그는 “몇몇 직원들이 가짜 사이트로 유도하는 이메일을 받았다”며 “피싱 이메일이 재빨리 확인돼 차단했다”고 말했다. 이 조직은 3월 중순부터 여러 방면에서 마크롱 캠프에 대한 피싱 공격을 시도했다. 폰 스톰은 다른 사이버보안회사에는 팬시 베어(Fancy Bear) 또는 APT28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미국 관리들에 의해 러시아가 후원하는 조직으로 확인됐다. 당시 미국은 이 조직이 민주당전국위원회(DNC)와 힐러리 클린턴 캠프를 해킹했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 측은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크렘린궁은 러시아가 마크롱 캠프를 해킹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크렘린궁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다른 나라의 선거를 방해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거 기간 동안 마크롱은 러시아에 적대적인 입장을 표명했고, 라이벌인 국민전선 마린 르펜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 입장을 밝히는 등 친 러시아 성향을 보였다. 이번 해킹 파문이 2주일 남은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되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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