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쪽 에메랄드 빛 바다 풍광을 담은 제주올레 15-B코스가 22일 개장했다. 한림항에서 시작해 대수포구(0.7km)~제주한수풀해녀학교(3.8km)~귀덕1리 어촌계복지회관(5.4km)~곽지과물해변(7.9km)~애월 한담해안산책로(8.2km)~애월초등학교(11.7km)를 거쳐 고내포구에서 끝나는 13.5km의 길이다.
선운정사, 금산공원, 과오름둘레길, 고내봉 등을 품은 15-A코스가 중산간 지역의 푸르름을 담은 길이라면, 15-B코스는 오롯이 쪽빛 바다 풍광을 즐기며 걷는 길이다. 코스를 새로 개설한 데에는 기존 15코스 일부 구간이 소나무재선충 피해로 못난이 코스가 돼버린 이유도 있다. 젊은 여행자들에게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애월 카페거리의 번잡함과 검붉은 갯바위 풍경이 펼쳐지는 해안산책로의 고즈넉함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일부 밭담과 마을 사잇길도 포함해 해안도로의 지루함은 덜고 찻길의 번잡함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1일 이 코스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한담해안산책로를 걸었다. 시작은 곽지과물해변, 바다빛깔은 하늘색을 담는다는데 이곳 물빛은 꼭 그렇지도 않다. 잔뜩 찌푸린 날씨와는 상관없이 모래는 스스로 눈부시고, 드넓은 해안으로 밀려드는 파도는 여전히 옅은 푸르름을 머금고 있다. 해변에서 멀어질수록 조금씩 짙어지는 바다색 덕분에 제주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소문난 곳이다.
한담해안산책로는 해변이 끝나는 지점부터 한담마을까지 약 1.2km 구간에 이어진다. 올레코스와 상관없이 이미 2001년 만들어진 길이다. 일부 오르막이 있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제주 특유의 현무암을 편편하게 다듬어 노약자와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편하게 다닐 수 있다. 바다 쪽은 흘러내린 용암이 빚은 검은 바위가 쪽빛 바다와 대조를 이룬다. 해안식물이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휘감아 올라서 만든 분재작품도 감상 포인트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는 예쁜 카페와 숙박업소가 자리잡았고, 그 빈틈에 원형을 유지한 밭담도 정겹다.
한담마을 앞 작은 해변은 카누 체험장이다.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바닥이 투명한 카누를 타고, 투명한 바다를 누비는 풍경이 한가롭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한담마을 언덕엔 대형 카페가 자리잡았다. 그 시작은 ‘봄날 커피’, 건물 안팎으로 바다를 가득 품은 천혜의 위치여서 유명세를 탄지 오래다. 건물 뒤편 마당도 공원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 예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몰린다.
15-B코스는 이곳에서 애월읍 고내포구까지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제주올레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jejuolle.org), 또는 제주올레 콜센터(064-762-2190)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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