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대립에 공화당 중재 나서
법인세 인하도 갈등의 불씨로
취임 100일을 목전에 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를 무시하는 독자 행보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주류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백악관이 예산안에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을 끼워 넣으려고 시도하면서 의회에서 진행 중이던 올 3차 임시 예산안 협상마저 흔들렸다. 28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마감시한까지 예산안 합의가 없으면 트럼프 취임 100일인 다음날부터 연방정부 일부가 업무를 멈추는 ‘셧다운’ 상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회계연도 제3차 임시예산안 마감시한을 5일 앞둔 23일 트위터에 “장벽이 마약 유통과 MS-13(중남미 이민자로 구성된 미국 내 조직폭력단) 유입을 막을 텐데 민주당은 반대만 하고 있다”며 ‘멕시코 장벽 예산’ 14억달러를 포함하라는 요구를 밀어붙였다. 2018년 예산안이 집행되는 10월 이전인 올 여름부터 서둘러 장벽예산을 확보해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부담적정보험법 즉 ‘오바마케어’를 보호하려는 민주당 입장을 이용해 ‘멕시코 장벽 설치비 1달러당 오바마케어 1달러를 쓰자’는 예산안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그러나 멕시코 장벽을 결사 반대 중인 민주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정부와 공화당이 관련 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다른 예산안 합의도 거부하고 연방정부 셧다운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가 잘 진행되던 예산안 협상을 망쳤다”며 “공화당에서 벽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트럼프를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황한 공화당 주류는 중재에 나섰다. 우선 순위가 낮고 인기가 없는 멕시코 장벽 예산 때문에 연방정부 셧다운까지 감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오후 보수언론과의 대화에서 “장벽 예산 규모는 협상이 가능하다. 안되면 9월까지 장벽 예산 논의를 미룰 수도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민주당은 장벽을 세우는 대신 국경 통제를 위한 첨단기술과 인력에 투자하는 예산에는 동의할 수 있다는 자세를 취했다.
트럼프와 의회 사이 분쟁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당장 26일 발표되는 세금개혁안이 새로운 도화선으로 등장할 조짐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개혁안에는 35%인 법인세율을 15%까지 내리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는 심지어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이 제안한 20% 안보다 더 낮은 데다 이를 벌충할 추가 수입도 없이 연방정부가 빚을 지는 것을 감수하는 방안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세수 감소는 경제성장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WP는 연방정부의 적자재정에 반대하는 공화당 주류가 트럼프의 세금개혁안을 받아들일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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