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서커스 ‘라 베리타’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 6년 만에 내한
동계올림픽 무대도 두차례 연출
“평창은 연대의식과 즐거움을
영롱한 수정처럼 채워가길”
“서커스는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우리 삶의 시작을 발견하게 해 준다고 생각해요. 모든 반짝이는 삶의 순간들이 곡예로 표현되는 예술, 제가 생각하는 서커스의 의미입니다.”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서커스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53)에게 서커스란 예술 그 이상이었다. 서커스를 쇼에서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거장으로 불리는 그가 ‘라 베리타’ 공연을 위해 6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2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놀라움과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연출가인 동시에 작가, 마임이스트이기도 한 파스카는 캐나다 양대 서커스단체로 꼽히는 태양의 서커스와 서크 엘루아즈에서 모두 연출을 경험했다. 서크 엘루아즈에서 만든 ‘네비아’와 ‘레인’으로 2008년 세종문화회관, 2011년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적이 있지만 2013년 설립한 자신의 극단 ‘컴퍼티 핀지 파스카’와 함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파스카에게 예술이란 관객에게 삶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매체다. 그중에서도 서커스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삶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저글링을 하는 사람이나 줄타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 동작에서 자신의 삶이 드러날 수 있게 합니다. 곡예는 혼자 하기도 하지만 서로를 받쳐 주는 역할도 반드시 필요해요. 자신의 삶을 받쳐 주든, 날아가든 삶 자체를 보여 주는 게 서커스죠.”
서커스를 “미묘하고 섬세한 것”이라고 표현한 파스카는 어렸을 때부터 ‘비어 있음’의 미학에 끌렸다고 했다. 그는 “춤을 추거나 곡예를 할 때 느끼는 점은 사람마다 다르다”며 “제 경우에는 날고 싶다는 충동에서 (곡예에 대한 호기심이) 시작됐다”고 했다. 어렸을 때 높은 곳에서 날고 싶다고 느꼈던 충동, 착지할 때 몸의 균형을 잡으면서 제대로 선 순간이 그에게는 예술로 연결됐다.
201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된 이후 20개국에서 3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라 베리타’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걸작 ‘광란의 트리스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파스카는 “달리의 그림에서 악몽을 재연하면서 진짜 삶이 무엇이었는지 찾아가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조명 디자이너로도 활약하는 파스카는 ‘라 베리타’에서도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조명을 많이 사용했다.
파스카는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과 영국 국립오페라단의 위촉을 받아 오페라 ‘아이다’, ‘레퀴엠’을 연출하는 등 서커스 이외의 무대로까지 재능을 펼치고 있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과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 무대를 아름답고 웅장하게 연출하기도 했다. 파스카는 “토리노에서는 이탈리아의 시적인 표현과 인간이 가진 힘을 강조했고, 소치에서는 기술의 힘에 중점을 두고 거대한 오브제들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한국에는 “연대의식과 즐거움을 영롱한 수정처럼 채워 가는 게 올림픽”이라는 조언을 건넸다.
그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을까? 등산을 가서 독특한 버섯을 캐는 취미를 가졌다는 파스카는 “(영감의 원천을 묻는 건) 독특한 버섯을 어디서 캤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창작의 영감은 비밀스럽게 산삼을 캐내 온 것과 같아서 타인에게 알려 줄 수 없다”며 웃었다.
양진하 기자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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