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다친 상태의 살아 있는 고양이를 땅 속에 파묻은 아파트 경비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25일 고양이를 땅속에 파묻은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 이모(6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전날 오후 3시30분께 자신이 근무하던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 고양이를 산채로 파묻은 혐의를 받고 있다.
영상 속 이씨는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살아있는 고양이를 집어넣고 삽으로 흙을 덮었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가 구덩이에서 빠져 나오려 하자 삽으로 머리를 때리고, 흙으로 덮은 후 발로 다졌다. 이씨는 주위에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이렇게 묻어줘야 (고양이도) 편한 것”이라며 “차에 치여 많이 다쳐서 살아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땅속에 묻힌 고양이는 결국 죽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장면은 한 초등학생이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널리 퍼졌다. 이를 본 동물보호단체 회원과 누리꾼들은 “고양이를 생매장한 경비원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살아있는 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한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현행 동물보호법 상에는 지역자치단체가 다친 길고양이를 구조해 치료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구조자가 구청이나 119에 신고한다 해도 구조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또 길고양이가 구조된 후 보호소에 입소한다 해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가능성도 낮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현재로서는 구조자가 길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 응급조치를 받게 하고, 동물보호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최선의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3월 발효되는 동물보호법에는 ‘시도지사와 시장, 군수, 구청장이 길고양이에 대해 보호, 관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항목이 추가돼 지자체가 다친 길고양이의 구조와 치료에 나설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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