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의견 ‘팽팽’… 유 후보는 거부 의사
“대선 마지막 변수” 속 성사여부는 미지수
바른정당이 유승민 대선 후보의 거부에도 자유한국당ㆍ국민의당에 ‘3자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기로 했다. 중도ㆍ보수 후보 단일화는 5ㆍ9 대선의 마지막 변수로 꼽혀왔지만, 성사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바른정당은 25일 새벽까지 ‘심야 의원총회’를 한 끝에 “유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서도 “다만 좌파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3자 단일화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유 후보는 그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3자는)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으로 ‘원샷 단일화’를 의미한다”며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후보(문재인)의 당선은 막아야 한다는 큰 목적을 위해서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의총에는 전체 의원 33명 중 31명이 참석했다. 의총은 24일 오후 7시30분부터 5시간 동안 이어져 자정을 넘겨 끝났다.
3자 단일화는 곧 유 후보의 중도하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까지 여론조사의 추이상 안철수 국민의당, 홍준표 한국당 후보보다 유 후보의 지지율이 낮기 때문이다.
유 후보는 의총에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유 후보와 측근 의원들은 그간 당내 의사결정 과정인 경선을 통해 당선된 후보의 거취를 의총에서 정하는 건 반민주적 행태라고 비판해왔다. 유 후보는 이날 의총에서도 “저를 믿고 지켜봐 달라. 한국당이나 국민의당과 후보 단일화는 명분이 없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서 단일화를 요구한 의원들이 뜻이 완강해 애매한 결론으로 봉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참석 의원은 “단일화를 요구하는 의원, 단일화에 반대하는 의원, 단일화는 반대하지 않지만 후보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의원들이 팽팽히 맞섰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단일화 제안을 하는 것에 유 후보가 반대하지 않겠다는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의총에선 5시간 내내 격론이 오갔다. 강길부 의원은 “이미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해 단일화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탈당할 때 우리가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 안됐는데, 한국당과도 합할 명분이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훈 의원 역시 “국정농단으로 궤멸돼가는 보수를 개혁해 진짜 보수를 하려고 나온 것 아니냐”며 “우리의 창당정신과 맞지 않는 세력과 어떻게 단일화를 하느냐”고 주장했다고 한다.
반면, 김성태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되는 건 막아야 한다는 보수층의 요구가 크다”며 “조직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이지 후보 개인의 일이 아니다”라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홍문표 의원도 “심상정 (정의당) 후보보다 못한 지지율로 완주 한들 우리 당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무성 의원은 “당과 후보를 위해 3자 단일화를 추진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힘을 실었다고 한다.
향후 김무성ㆍ정병국ㆍ주호영 공동선대위원장이 국민의당, 한국당과 단일화 협상을 주도한다고 해도 험로가 예상된다. 홍 후보나 안 후보 모두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여기다 유 후보 본인이 반대한 사실이 알려지면 상대 당이 협상에 응할지도 미지수다.
한 의원은 “단일화를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는다면 우리 당 후보에게 되레 상처만 남기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 후보는 의총 뒤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아무 말씀도 안 드리겠다”며 입을 꾹 닫은 채 의총장을 떠났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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