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조직개편 단행
KEB하나, 24시 영업체계 구축
신한금융, 핀테크업체와 연계
KB금융 ‘원KB패키지’ 선봬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2주 만에 가입자 20만명을 넘어서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그 동안 숨죽이던 시중 은행들이 디지털 조직 개편을 발표하고 24시간 업무 체계를 구축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금융권 전체가 사실상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영토 확장 대전에 돌입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여러 대의 컴퓨터에 블록 조각처럼 분산해 해킹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신기술 도입을 가속화하면서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2015년 5월 국내 최초의 모바일은행인 위비뱅크를 출범시키고 지난해 위비톡, 위비멤버스, 위비마켓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모바일 플랫폼을 이끌었던 스마트 금융그룹을 디지털 금융그룹으로 재편한 게 핵심이다. 디지털 금융그룹 산하에는 디지털전략부를 신설, 신기술 적용 사업도 추진한다.
올해 초 프로젝트 중심의 혁신 단위인 셀(Cellㆍ세포) 조직으로 개편한 하나금융지주도 ‘판을 바꾸는 디지털 혁신’을 목표로 핀테크(금융+기술)에 대응 체계를 갖춰 가고 있다. ‘모바일브랜치’를 통해 KEB하나은행의 모든 영업점을 온라인상에 구현, 1년 365일 24시간 손님이 원하는 시간과 원하는 영업점에서 신용대출 및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내달부터는 모바일브랜치에서 신규 계좌 개설도 5분 안에 처리하고, 신용대출 심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창구까지 갈 필요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제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고객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도 준비중”이라고 귀띔했다.
‘디지털로의 변화’를 화두로 제시한 신한금융지주도 계열사 전 업무를 디지털로 전환하기로 했다. AI, 블록체인, 공개 데이터 플랫폼(오픈 API) 등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3대 핵심기술을 위해 외부 전문가 및 핀테크 업체와도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조만간 조직개편과 함께 세부 실행 방안 등을 논의한다.
KB금융지주도 ‘원 KB 패키지’(One KB Package)로 차별화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등을 찾아 구글 아마존 씨티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을 둘러 본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3,300만 고객들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관련 서비스와 상품도 준비 중이다.
시중 은행들의 이러한 디지털 혁신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이후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케이뱅크 등장 후 저축은행들이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섰고 카드사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메기 효과가 시중 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기존 점포 중심의 영업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공통 인식이 있었던 터에 인터넷전문은행 충격까지 가해지며 금융권의 디지털 영토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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