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10분간 ‘洪 사퇴’ 촉구
2부서도 주제 무관한 질문 공세
23일 중앙선관위 주최 첫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정책 경쟁은 찾아볼 수 없었다. 5명의 후보들이 외교ㆍ안보 및 대북정책, 권력기관 및 정치개혁을 주제로 맞붙었지만 토론 내용을 분석한 결과, 120분의 토론 시간 중 50분 가량을 정치공세와 ‘네거티브’ 공방으로 채웠다. 모두 발언, 마무리 발언 등을 제외한 자유 토론 시간이 약 100분임을 감안하면 토론의 절반 이상을 주제와 동떨어진 정치 공세로 허비한 셈이다.
토론 시작부터 이상 조짐이 감지됐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토론을 거부했다. 이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기다렸다는 듯이 홍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며 공동전선을 폈다. 여기에 홍 후보의 해명까지 이어지면서 약 10분이 허비됐다.
유 후보는 토론 시작 17분 후 ‘송민순 회고록’ 논란으로 이번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격했다. 유 후보가 “만약 문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후보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고 문 후보는 “대선 길목에서 또다시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들고나와 실망스럽다”고 응수했다. 여기에 심 후보까지 가세하면서 정책 현안이 아닌 이념공방은 오후 8시 43분까지 이어졌다.
예정시간 보다 10여분 늦게 시작한 2부 토론에도 ‘권력기관 개혁’ 주제와 상관없는 질문 공세가 계속됐다. 안 후보가 오후 9시 8분쯤 문 후보에 “제가 MB 아바타냐”고 묻자 잠시 머뭇거리던 문 후보가 “항간에 그런 말도 있다”고 응수, 관련 내용으로 5분 이상 설전을 벌였다. 안 후보는 앞서 1부 토론에서도 “제가 갑철수냐, 안철수냐”라며 주제를 벗어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토론 진행도 매끄럽지 못했다. 이날 홍 후보는 토론이 끝날 때까지 다른 후보들에게 특별한 질문을 받지 못해 홀로 시간이 남아 3분 정도 추가로 연설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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