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창원 LG의 제7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현주엽(42) 신임 감독이 반가운 농구 코트로 돌아온 소감을 밝혔다.
농구대잔치와 프로농구를 섭렵한 스타플레이어 출신 현 감독은 은퇴 후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농구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도 종종 출연하며 ‘방송인’ 이미지도 덧입혀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LG는 KBL 레전드로 내재된 현 감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깜짝 발탁했다. 휘문고와 고려대를 나온 현 감독은 1998년 SK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골드뱅크, KTF(이상 현 kt)를 거쳐 2005~09년 LG에서 뛴 뒤 현역에서 은퇴해 ‘마지막 팀’ LG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현 감독은 24일 잠실야구장 내 미팅룸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고 운을 뗀 뒤 “농구를 원 없이 하고 쳐다 도 안 보겠다는 마음으로 은퇴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원 없이 하지 못한 것 같았다. 다시 꼭 지도자를 하고 싶었다. LG에서 은퇴한 만큼 가장 오고 싶었던 팀이다. 제의가 왔을 때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좋아하는 농구를 실컷 하겠다”고 말했다.
LG는 올 시즌 정규리그 8위에 그치는 등 최근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고, 아직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한 팀이다. 현 감독은 “LG가 우승에 목말라 있는데, 저도 비슷한 처지다. 우승을 한 번도 못 해봤다"면서 "우승을 원하는 간절함은 저나 LG, 창원 시민 모두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목표를 너무 크게 잡으면 안 될 것이다. 올해 6강 플레이오프에 못 갔다"면서 "LG의 전력이면 단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봄 농구를 하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현 감독은 LG의 전력에 대해 "장점은 김시래, 조성민, 김종규 등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상당히 좋다"면서 "단점은 수비다. 팀플레이에 약점이 있는 만큼 보완하겠다"고 팀 운영 방향을 내비쳤다.
현 감독의 가세로 프로농구는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오빠 부대’들이 대거 지휘봉을 잡게 됐다. 그는 “이상민 감독의 서울 삼성을 꼭 이기고 싶다"면서도 "형들에게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면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다. 서장훈 형도 (감독으로) 오고 싶어한다"고 웃었다. 현 감독은 “가장 많이 전화한 사람이 (서)장훈이 형이다. 6-7통은 왔다"면서 "끊고 또 하고 끊고 또 하고, 생각날 때마다 한 것 같다"고 웃었다. 둘은 휘문고 1년 선후배다. 이후 서장훈이 연세대를 택한 뒤 현주엽이 고려대에 입학하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한국 농구를 이끌었다.
코치 경험이 없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수 때 매우 많은 경기를 했고, 은퇴 후 해설을 하면서 폭넓게 농구 흐름을 익히며 배웠고, 코치진 선임 시 지도자 경험이 있는 분들과 호흡을 맞추겠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구단과 상의하겠다“면서 “은퇴한 LG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게 배려해줘 너무 감사 드린다. 재미있는 경기,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행사장에는 LG 주장 기승호를 비롯해 조성민, 김종규 등 주축 선수들도 참석해 현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환영했다. 현 감독은 “가장 실망스러운 것도 김종규, 가장 발전해야 하는 선수도 김종규”라면서 김종규에게 특히 애정을 드러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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