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대선후보에 바란다]최석영 전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
“차기 정부에선 통상조직을 장관급으로 격상시켜 대외통상교섭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2010~2012년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를 지낸 최석영(61)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국제 통상질서가 근본적 변화를 겪는 시점에서 대외교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강력한 통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행정명령으로 서명한 무역적자 조사 보고서와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마련된 ‘100일 계획’ 성과가 발표되는 시기가 올 6월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통상정책을 본격화할 방침인 만큼, 차기 정부는 출범 직후 맞닥뜨리게 될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도록 대응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에선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의 통상이익을 방어할 수 있도록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공세적 협상카드도 적극 발굴해야 한다”며 “특히 수출다변화를 통해 미중의 통상정책에 휘둘리는 않는 교역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의 통상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국 등의 지도부가 강력한 통상정책으로 자국 이익을 추구하면서 국제 통상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대선주자들의 공약에서 통상정책에 대한 구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다. 차기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통상문제에 대응하지 않으면 미중의 공세적 압박에 밀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수출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지속하려면 차기 정부에선 대통령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통상정책을 챙겨나가야 한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파고에 맞서기 위한 차기 정부의 과제는 무엇인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있는 통상조직을 별도의 장관급 조직으로 격상해 대폭 힘을 실어줘야 한다. 대외통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로 구성하되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의 공세적 통상정책에 대응이 가능하고 그런 방안들을 대통령한테 보고해 피드백을 받는 선순환적인 시스템 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차기 정부의 통상 조직에서 가장 중요시 해야 할 부분이 법무팀의 기능 강화다. 앞으로 한미 간 통상 분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 등의 무역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배되는지 판단하고 이를 법률적인 분쟁을 통해 우리 기업들을 구제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통상정책을 차기 정부에선 180도 바꿔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박근혜 정부의 통상정책은 점수를 주자면 낙제점이다. 박근혜 정부 동안 주요 통상 이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문제와 한중 FTA 체결이었다. 대통령이 협상 타결 시점의 데드라인을 정하고 타결을 주문할 때는 두 가지 선결조건이 필요하다. 우리 측 협상대표단이 수용할 수 있는 일정한 수준의 협상 목표와 그것이 달성이 안됐을 때 협상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이다. 그래야 이익을 담보할 수 있는 최선의 협상이 가능하다. 박근혜 정부에선 그런 전략적 고려가 전혀 없었다. 일본은 TPP 협상을 할 때 장관급 수석대표를 신설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조직이 산업부 산하로 들어가면서 협상을 이끌어갈 힘도 상실했다. 차기 정부에서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통상 조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건 이런 의미다.”
-차기 정부에서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해올 가능성이 큰데 차기 정부의 대응은
“차기 정부에서 이 문제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미 FTA 협상 당시 우리의 약점이었던 농업 부문이 많이 보완되는 등 미국 측의 한미 FTA 개정 요구가 큰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의 통상이익을 지키기 위한 협상카드는 마련해 둬야 한다. 예를 들어 한미 교역에서 미국은 서비스 분야가 강한데 한미 FTA에는 ‘전문직 비자 쿼터’에 대한 조항이 없다. 이로 인해 한국 유학생들의 미국 취업길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런 내용들을 협상카드로 내밀어 미국 측의 통상공세를 막고 우리의 이익을 관철해나가야 한다.”
-미중에 의존하는 교역구조를 수출다변화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차기 정부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중에 하나이다. 현재 대중(對中) 교역 의존도가 30% 이상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중국의 부당한 무역조치에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중의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수출 시장 다변화를 통해 교역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차기 정부는 이런 점에서 해외시장 접근을 위해 외교부의 재외공관망을 최대한 활용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지금은 통상 조직이 산업부 아래 있어 해외시장 정보가 집중되는 외교부의 재외공관망이 적절히 활용되지 않고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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