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ㆍ안 갈등 격화에 지지자들 대립 심화
누가 대통령 되든 공동정부 구성 불가피
지나친 감정싸움 집권 후 ‘걸림돌’ 될 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 대선 국면부터 야권 유력 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해 왔다. 그런데 그 양상은 선의나 상생보다는 갈등과 분열의 모습을 띠었다. 사실상의 후보 단일화 실패 여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얼마 전 “안철수가 제대로 돕지 않아 대선에서 패했다”고 문 후보 측이 비판하자 안 후보는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는 격한 표현으로 맞받아쳤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의 합당과 탈당 과정에서도 파열음이 컸다. “호랑이를 잡으러 왔다”고 호언장담했다가 세 불리를 깨닫고 뛰쳐나간 안철수나, 붙잡기는커녕 “속이 시원하다”고 한 문재인이나 리더십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벌어지는 양측의 난타전은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문모닝(당 회의를 문 후보 비난으로 시작)’‘안모닝’이 일상이고, 안철수를 ‘갑철수’‘MB 아바타’라고 폄하하거나 문재인을 ‘양념공장 사장’으로 지칭하는 인신공격도 다반사다. 부정적 댓글과 여론조작 시도 혐의로 고소ㆍ고발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유권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모처럼 만들어 낸 지역주의 완화에 재를 뿌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문재인이 대북송금 특검을 해 김대중 대통령을 골로 보냈다”“문재인을 찍으면 도로 노무현 정권이 된다”고 했다. 지역주의의 피해자인 그가 오히려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 문재인을 공격하기 위해 보수 후보들이 쳐 놓은 ‘안보 프레임’에 안 후보 측이 가세한 것도 실망스럽다. 아무리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 게 당면과제라 해도 ‘북한 주적’문제와 ‘북한 인권결의안 논란’에 편승하는 것은 ‘DJ정신 계승자’를 자처해 온 그로선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두 후보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지지자들의 대립도 도를 넘었다. 온라인커뮤니티는 자신의 지지 후보를 치켜올리고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글로 도배질되다시피 한다. ‘문베충’(문재인+일베충)’이니 ‘안슬림’(안철수+무슬림) 이니 하는 비하와 조롱이 난무한다. 촛불집회에 함께 참여하고 정치적 성향이 엇비슷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사실 양 진영의 공약을 뜯어보면 거의 유사하다. 증세나 재벌개혁, 복지공약은 판박이고 안보분야도 초반에는 색깔차이가 분명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우클릭’해 구분이 모호해졌다. 두 후보의 이념과 추구하는 가치가 조금은 다를지언정 사생결단식으로 날을 세울 정도는 아닌 것이다.
현 지지율로 보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득표율이 40%에 턱걸이 할 공산이 크다. 박근혜(51.6%), 이명박(48.7%), 노무현(48.9%) 전 대통령에 비해 크게 낮다. 전체 유권자 기준으로 하면 사상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취약한 지지기반 속에서 출범하는 것이다. 게다가 국회는 여소야대를 벗어날 수 없다.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상대방에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안 후보는 집권하면 자유한국당 인사도 내각에 등용하겠다고 했지만 노무현의 대연정 실패에서 보듯 성사될 여지는 별로 없다. 진보 정부의 실정이 자신들의 정치 기반 확대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수세력이 선뜻 손을 내밀 리 만무하다. 그들의 마음은 승산 낮은 대선보다 벌써 내년 지방선거를 향하고 있다. 결국 태생이 한 뿌리인 문ㆍ안 진영이 공동정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새 정부는 정치교체와 시대교체를 이루고 국가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을 완수해야 할 책무를 갖고 있다. 노무현정부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두 사람이 계속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선 경쟁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감정 싸움은 집권 후 연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상대방에게 손가락질만 하다가 나중에 다급해지니 손을 잡자고 하면 흔쾌히 응하겠는가. 지금은 설혹 미워도 나중에 연대할 수밖에 없는 세력이라는 생각을 갖고 서로를 대해야 한다. 문재인, 안철수는 시대적 소명과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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