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최근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로봇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회는 올 초 로봇에 전자화한 개인이란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인 AI로봇 이야기다.
2016 다보스포럼에선 ‘지식재산을 강력히 보호하는 국가에 혁신이 생겨나고 부가 창출될 것’이라며 ‘강하고 유연한 지식재산제도’를 승자의 조건으로 강조했다. 역사 속에서도 승자의 조건은 비슷했다.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특허제도가 산업발전의 기초를 마련했다. 혁신의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가 특허제도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발명가, 혁신가들은 특허제도란 울타리를 갖춘 국가로 모여들었다.
사례는 많다. 특허제도가 최초로 시작돼 15세기 경제번영을 누린 이탈리아 베네치아, 18세기 특허법의 산물인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 20세기부터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도 강력한 특허제도를 기반으로 부(富)를 창출했다. 더구나 미국은 1787년부터 헌법 제1조 8절 8항에 저작자와 발명자의 창작물을 보호한다고 명시했다. 강력한 특허제도로 미국의 구글, 화이자, 애플 등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기술을 보호하고 아이디어 도용을 막아 혁신을 보호할 제도를 갖추지 못했다면, 이런 성공을 보장할 수 있었을까. 특허제도는 오늘날 경제 강국의 가장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 됐다.
이처럼 강력한 혁신을 이끈 특허제도는 이제 지식재산이란 이름과 함께 더욱 중요해졌다.기술 발명이나 상표에 한정되던 것이, 컴퓨터프로그램이나 퍼블리시티권, 저작물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을 어떻게 보호할지 고민하는 시대다. AI는 전자인간의 법적 지위가 있으니, 앞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을 놓고 인간과 특허나 저작권 소송이 벌어질지 그 누가 알겠는가.
변화에 맞춰 세계 주요국은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은 일찌감치 AI창작물의 지식재산권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 특허와 지식재산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변화에 재빨리 대응하는 것은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바꾸고 조직을 정비한 덕분이다.
실제로 미국은 대통령 직속의 지식재산집행조정관이 지식재산 보호, 집행 정책업무를 총괄한다. 중국은 국무원 국가지식산권국에서 대내외 지식재산 정책을 관리한다. 총리 직속의 지적재산전략본부에서 지식재산 정책을 추진하는 일본이나, 지식재산 행정ㆍ사법체계 통합을 추진하는 유럽도 비슷하다. 주요국들은 부처별로 분산된 업무의 비효율성을 없애고 강력한 행정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앞으로 지식재산의 영역은 아이디어 보호라는 큰 틀로 움직이며 영역을 확대할 것이다. AI 창작물과 같이 새롭게 등장하는 지식재산을 어떻게 보호할지 고민해 마땅하다. 기존제도로 보호할 수 없는 새로운 지식재산을 보호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선진국들의 강력한 지식재산 행정체계에서 보듯, 우리도 국가의 지식재산 혁신전략을 이끌어 갈 컨트롤타워부터 재정비해야 한다. 지식재산 전담부처를 신설하고, 부처에 분산된 지식재산 정책업무를 통합, 조율해야 한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법률과 제도 및 조직을 서둘러 정비해 대한민국이 지식재산 강국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승자가 되길 기대한다.
오정훈 한국지식재산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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