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희망제작소 상임고문 때
안철수 교수 만나 정치입문 권유
‘중용의 정치’ 펴는데 가장 적합
사드 배치에 중국 설득 중요해
위안부 협의 실체 파악한 후
국민 공감 위해 사실 설명해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정치멘토’로 불리는 최상용 안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평화로운한반도본부장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퇴 등을 맞춘 안 후보의 정치적 예측력은 빅 데이터 분석의 결과로 가능했다”며 “융합과 컴퓨터 전문가인 안 후보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고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21일 서울 마포구 소재 개인 연구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당시와 비교해 정치 지도자로서 안 후보의 상황 판단 능력이 놀랄 만큼 발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려대 명예교수인 최 본부장은 안 후보의 정치 입문을 권유했던 인물이자 그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는 안 후보의 정치 철학과 외교 정책의 큰 틀을 조언하는 스승이기도 하다.
_2012년 처음 안 후보에게 정치를 권유할 당시 “중용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현재 안 후보가 중용의 정치를 하는 지도자로 성장한 것으로 평가하나.
“2007년 희망제작소 상임고문으로 있을 때 안철수 교수를 처음 만났다. 이후 서로 책을 교환하며 생각을 나누었다. 2012년 9월 2일 서울대 청춘콘서트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그 때 내가 안 교수에게 공식적으로 정치를 권유했는데, 이후 나와 경제학자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윤여준 전 장관이 수차례 안 교수와 만나 한국 정치의 미래에 대해 장시간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중용은 애매한 정치가 아니고 갈등을 최소화하는 성숙한 정치, 실현 가능한 최선 즉,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분법이나 양극단의 선택이 아니니 중용의 정치가 어려운 것이다.”
_안 후보의 예측력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비결은 무엇이라고 판단하나.
“다른 후보들처럼 여론조사의 트렌드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용한 모든 자료를 분석해 최적의 결론을 내리는 게 중용의 선택이다. 안 후보는 이미 서울대 융합대학원장을 할 정도로, 이 분야에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융합적 사고를 기반으로, 빅 데이터 분석을 하기 때문에 정치적 예측에서 비교우위를 보여준 것이다.”
_안 후보가 ‘대신할 수 없는 미래’를 모토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도자로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1,2,3차 산업혁명은 선진국이 이미 이루어 놓은 목표를 우리가 따라잡은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하여 선진국들과 본격 경쟁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본적으로 1,2,3차 산업혁명의 융합이고, 3차 산업혁명의 정보통신기술(ICT)을 더 심화하는 것이다. 안 후보는 융합과 컴퓨터 전문가다. 후보들 중 최고의 자질을 가졌다고 단언한다.”
_대선후보 2차 토론회에서 주적(主敵) 문제가 이슈가 됐다. 안 후보는 주적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북한은 대한민국 최대 안보 위협 국가라는 점에선 적이다. 다만 북한은 같은 민족으로서 평화통일의 상대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하지 않나. 안 후보는 극단적 보수처럼 주적만 내세우는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압박과 대화 창구를 열어놓은 상태의 ‘개입(Engagement)’이라는 2대 원칙을 지키지 않나.”
_안 후보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와 관련해서도 배치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뒤 중국 설득의 중요성을 첫 번째로 강조하고 있다.
“한미 양국의 공식 합의 전에는 중국에 대한 설득 필요성을 주장하며 신중한 입장이었다. 안 후보는 이후 일관되게 두 가지를 주장했다. 첫째, 사드 배치는 북핵 위협에 대처하는 한미동맹국의 의무다. 중국은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이므로 그 수준에 비례해 관계를 심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중의 협력으로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이 확인되면, 사드 철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_최 본부장은 주일대사를 역임하며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로 정부 간 갈등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현 위안부 협상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가장 어려운 게 위안부 문제다. 원칙적으로 외교에선 국익이 최우선이지만, 한일 문제는 국민감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정부는 가장 먼저 이면 합의 여부 등 위안부 협의의 실체를 파악하고 생존자와 국민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사실을 있는 대로 설명할 책임이 있다. 한일 양국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21세기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 합리적인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일본의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받는 것을 전제로 일본의 대중문화를 개방했던 것처럼, 상호 주고 받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면 극복 못할 일은 아니다.”
_여전히 안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후원금을 단시간에 많이 모았다. 그에 비해 안 후보는 국민의 십시일반 소액 후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안철수 후원회는 ‘안철수와 국민의 동행’이라는 슬로건 아래 일반 시민의 자발적인 소액 후원을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소수의 거액후원금이 아닌 많은 국민의 ‘십시일반’으로 국민의 지지를 모으겠다는 취지다. ‘국민과의 연대’, ‘자수성가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안 후보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_2012년의 안철수와 현재의 안철수는 정치인으로 어떤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나.
“지도자는 정치 판단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정치 판단은 상황 판단과 인간 판단으로 나뉘는데, 안 후보의 정치적 상황 판단 능력은 60여년 정치를 공부한 나도 가끔 놀란다. 다음은 인간 판단인데 안 후보는 이미 국민 앞에 대탕평 인사정책을 약속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인물을 적재적소에 기용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특사로 모시고 한미 정상회담을 빨리 열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지 않았나.”
_지난해 총선 당시 안 후보가 최 본부장을 직접 찾아 안 마시던 술을 유일하게 마셨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안 후보는 어떤 말을 했나.
“지금까지 나는 안 후보가 남의 험담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그 날도 그랬다. 오히려 스스로 단점이 많고 실패도 한다고 고백했다. 다만, 안 후보는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그 날은 ‘총선 시작하면 타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 전국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노원구민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마음 아파 했다. 그 때 내가 ‘술 한잔 하시라’고 권했고, 안 후보는 조용히 술을 마셨다.”
_최 본부장의 여러 생각들이 안 후보의 연설 등에 많이 녹아 있다.
“그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온갖 모욕을 감내하면서도 정치언어의 품격을 지켜야 하는 어려움, 공동체의 정의를 실현하고 세계사의 마지막 냉전지역인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문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인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문제 등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안 후보의 융합과 나의 중용 사상의 공감이 형성된 것 같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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