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硏 보육ㆍ출산 보고서
어린이집 등 보육공급률 높여도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감소
통념과 정반대의 결과 나와
“여성 취업, 출산에 부정적 영향
일ㆍ가정 양립 지원이 우선 돼야”
중앙과 지방재정을 합치면 매년 10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각종 보육지원 정책이 출산율을 올리는 데는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출산율을 올리는 데 가장 중요한 ‘일ㆍ가정 양립’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이 내린 결론이다.
2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보육과 출산의 연계성에 대한 거시ㆍ미시 접근’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율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정책들이 통계적으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아동 수 대비 어린이집 정원을 보여주는 보육공급률은 2014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과 마이너스(-) 19%에 달하는 역(逆)의 상관 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육공급률이 합계출산율을 오히려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유치원이용률 역시 합계출산율과 역의 상관관계(-19%)를 보였다. 전체 어린이집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이 치지하는 비율 등도 합계출산율을 유의미하게 끌어올리지 못했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19~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의 수를 의미하는데, 2014년의 합계출산율은 1.21명이다.
통념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건 왜일까. 연구진은 “출산을 결정하는 요인이 매우 다양하고, 여성의 취업 자체가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보육 지원 정책이 출산에 기여한 바가 상쇄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육 관련 예산 규모가 매년 늘어나고 있음에도 여성들의 정책만족도는 외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주기 조사에서 2009년에는 정부의 보육 지원을 받은 사람의 정책만족도가 더 높았고 정부 지원 보육시설 공급률 역시 정책만족도를 유의미하게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난 반면, 2012년엔 정책만족도를 거의 높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부터 도입된 전면적인 무상보육으로 맞벌이와 외벌이 가구에 대한 보육 지원의 차별성이 옅어지면서 이른바 ‘직장맘’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정책의 효용성이 떨어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결국 맞벌이 가구가 일ㆍ가정 양립을 할 수 있게 지원을 해주지 못하면 아무리 예산을 쏟아 부어도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책임 연구자인 서문희 한국보육진흥원 원장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보면 여성 취업률이 높을수록 출산율도 높은데, 한국은 이와 반대로 여성 취업률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떨어진다”면서 “여성 취업이 보육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남아있는 이상 보육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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