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진행된 중앙선관위원회 주최 대선후보 3차 TV 토론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이른바 ‘돼지 흥분제’ 논란이 토론 서두를 달궜다. 각 후보들은 홍 후보를 ‘국격을 떨어뜨린 성폭력 범죄자’라고 맹비난하며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매섭게 몰아붙였다.
포문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열었다. 심 후보는 이날 토론 첫 순서였던 ‘국민 질문’에 대한 답변에 앞서 “이번 대선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대선인데, 저는 성폭력 범죄를 옹호하는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오늘 홍 후보와 토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홍 후보가 2005년 발간된 자신의 에세이집 ‘나 돌아가고 싶다’에서 (여성) 흥분제를 구해달라는 한 친구의 부탁을 받고 하숙집 친구들이 소위 돼지 흥분제를 전달했던 사실이 재차 논란이 되자 홍 후보를 사실상 성범죄자로 규정해 버린 것이다.
홍 후보에 대한 사퇴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보수권 표심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이어받았다. 유 후보는 “이미 형사 피고인으로 재판 받는 중이고 돼지 흥분제로 강간미수의 공범”이라며 “이것은 국가지도자와 대한민국 품격의 문제다”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또 “더불어민주당이 홍 후보에게 사과하라고만 요구하고 사퇴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홍 후보가 사퇴하고 나면 민주당에게 불리하기 때문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문재인 민주당 후보까지 걸고 넘어졌다. 국민의당이 이날 선대위 대변인 논평과 당 전국여성위 성명 등을 통해 홍 후보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한 것과는 달리 민주당은 이날 오후 늦게 홍 후보의 사죄를 요구하는 논평만 낸 것을 지적한 것이다.
자신을 향한 사퇴 공세에 홍 후보는 “45년 전 일을 또 문제 삼는 것은 그렇지만, 친구가 그렇게 한 것을 못 막은 것은 정말 죄송스럽다.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이게 끝은 아니었다. 뒤이어 마이크를 넘겨 받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홍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 외신 보도로 이미 국격이 심각하게 실추됐다”고 협공에 가세했다. 홍 후보는 “내가 사퇴하는 게 안 후보에게 도움이 되나 봐요”라고 받아 넘겼고, 이에 안 후보는 “그런 것과 상관없다”고 다시 맞받아쳤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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