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큰 압박 효과 없는데
북중관계 악화로 괜한 피해 우려
전문가들은 공급량 축소에 무게
“중국이 송유관을 완전히 잠가도 북한이 두 손을 들지 않으면 어떡하죠.”
미국의 중국에 대한 대북 압박 요구가 더해지는 요즘, 중국 베이징 외교가에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실제 어디까지 북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릴지를 놓고 관심이 뜨겁다. 북한과 무역루트를 열고 있는 상인들도 북한 접경지역에서 급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이 무엇보다 관심을 갖는 이슈는 과연 중국이 북한의 생명줄로 불리는 송유관을 막는 방식으로 추가도발을 억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괜히 효과가 확실치 않은 송유관 폐쇄를 실행했다가 긁어부스럼만 만들 것 같다는 걱정도 만만치 않다.
실제 관영 환구시보를 비롯해 여러 매체들이 김일성 생일(태양절)인 지난 15일을 전후해 그동안 금기로 여겨졌던 중국의 대북원유 공급 중단 가능성을 내놓으면서 베이징의 한인사회에선 ‘만일 중국이 원유루트를 폐쇄할 경우’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 실정을 잘 아는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이 송유관을 완전히 잠그는 상황은 쉽게 벌어지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이 같은 극약처방이 북한을 실제 압박하기는커녕 오히려 김정은 정권을 극단으로 몰아붙여 북중관계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우리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의 무역통계를 보면 2014년 1월부터 대북 원유 수출량은 제로(0)이다.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외곽 러우팡진에 위치한 바싼유류저장소에선 여전히 송유관을 통해 북한으로 보낼 원유를 고온처리하는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량은 연간 50만톤 안팎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과거엔 200만톤을 훨씬 상회했지만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상당량이 줄었다.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유전에서 열차로 운송된 원유는 바싼저장소에서 시작되는 30.3㎞ 송유관을 거쳐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의 봉화화학공장으로 보내진다. 북한은 이 정유공장에서 휘발유 등을 정제해 사용하고 LPG 등은 중국에 재수출한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도 진작부터 중국의 선택에 따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을 일정 부분 대비해 왔을 것”이라며 “중국이 원유 제공을 축소할 가능성은 있지만 공급량을 0으로 줄이는,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북한의 연간 원유 수요는 최대 150만톤에 이른다. 북한이 다른 경로로 100만톤까지 확보할 가능성은 없지만, 러시아 등과의 루트가 열려 있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북한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비축한 예비량도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계산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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