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추가시간 4분에 PK 막아
강원FC에 2-1 승리
축구에서 종료 직전 터지는 극적인 결승골이나 동점골을 ‘극장골’ 혹은 ‘라스트 미니트 골(Last-minute goal)’이라 한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 골키퍼 신화용(34)이 믿기지 않는 ‘극장선방’ ‘라스트 미니트 세이브’로 짜릿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수원은 22일 열린 강원FC와 K리그 클래식(1부) 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1로 승리해 올 시즌 7경기 만에 첫 승을 따냈다. 수원은 전반 15분 이종성(25)의 핸드볼 반칙으로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강원 디에고(26)가 골문 왼쪽을 겨냥해 침착하게 성공했다. 그러나 수원은 김종우(24)와 매튜(28)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전반 33분과 후반 31분, 김종우가 올린 코너킥을 연이어 매튜가 헤딩으로 꽂아 넣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4분, 수원에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강원 김경중(26)이 올린 크로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있던 수원 조원희(34)의 몸에 맞았고 주심은 PK를 선언했다. 느린 장면을 보면 조원희의 팔이 아닌 오른 어깨 부근에 맞은 듯하다. 수원 벤치와 선수들이 일제히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수원 팬들은 또 다시 ‘쎄오 타임(Seo time)’의 악몽을 떠올렸다. 쎄오는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의 성을 딴 현역시절 별명이다. 수원이 작년부터 경기 종료 직전 동점, 역전골을 자주 허용하자 상대 팬들은 후반 막판만 되면 ‘쎄오 타임’을 외치며 비아냥대곤 한다.
키커는 또 다시 디에고였다. 디에고는 첫 번째와 비슷한 코스로 슛을 날렸지만 신화용이 번개 같이 몸을 날려 잡아냈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고 수원 선수들은 신화용을 얼싸안았다.
신화용은 키가 183cm로 골키퍼치고 큰 편이 아니지만 순발력과 판단력이 뛰어난 리그 최정상급 수문장이다. 지금까지 K리그에서 37번 PK 중 8개를 막아낸 경험도 있다.
이날 선방도 우연이 아닌 치밀한 수 싸움의 결과였다.
신화용은 경기 후 “디에고가 첫 번째 PK 때 왼쪽으로 차 성공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같은 방향으로 또 찰 거라 예상했다. 그 쪽으로 유도하려고 킥 직전 왼쪽으로 움직이고 손도 그 방향으로 들어보고 그랬다”고 밝혔다. 디에고의 킥은 정확했지만 먼저 예측하고 움직인 신화용을 뚫지 못했다.
앞선 6경기에서 5무1패였던 수원은 최근 연이은 부진으로 홈 팬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베테랑 수비수 이정수(37)가 돌연 은퇴를 선언하는 등 안팎으로 뒤숭숭했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첫 승이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챌린지(2부)리그 부산 아이파크 공격수 이정협(26)은 22일 대전 시티즌 원정에서 PK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개막전 포함 7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개막 이후 최다경기 연속 득점 신기록이다. 부산이 3-2로 이겼다.
한편, 전북 현대는 23일 포항 스틸러스와 홈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해 5승2무(승점 17)로 선두를 굳게 지켰다. 이날 두 팀은 나란히 1999년 시즌에 입었던 옛날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 올드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상주 상무는 광주FC를 1-0으로 눌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