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을 주한 미군부대 직원이라고 속이고 기지 내 카지노 조작, 취업 알선 등을 해주겠다면서 수천만 원을 가로챈 60대 남성에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정은영 판사는 최근 2년여 동안 “자신이 미8군 부대에서 일한다”고 속인 뒤, 세 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7,900만원을 가로챈 허모(63)씨에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허씨는 지난 2014년 8월 인천 남동구의 한 식당에서 50대 피해여성 김모씨에게 “미군기지 내 카지노 기기를 사전에 조작해 ‘잭팟’을 터뜨려 6억 원의 당첨금을 나눠 갖자”고 제안했다. 여기엔 거짓 조건이 달렸다. 카지노 직원 등을 사전에 회유해야 하니, ‘투자금’ 명목의 돈 5,000만원을 먼저 입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허씨는 자신을 고액연봉자로 포장해 피해자를 안심시키기는 일도 잊지 않았다. “연봉도 8,000만원인데다,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보증금도 9억 원이라 카지노 조작이 뜻대로 안 돼도 ‘투자금’은 충분히 돌려줄 수 있다”는 허씨의 말을 믿은 김씨는 그 해 12월 허씨 계좌로 5,000만원을 보냈다. 하지만 허씨는 카지노 조작도, 투자금 반환도 하지 않은 채 잠적했다.
사기행각은 지난해까지 계속됐다. 이번엔 취업알선과 부대시설 입찰알선이 미끼였다. 허씨는 지난해 3월 피해자 조모씨에게 자신을 “미8군 카지노 총지배인”이라고 소개한 뒤 “(조씨의)조카를 미8군부대에 취업시켜 줄 테니, 인사처 소개비를 달라” 속여 450만원을 가로챘다. 4월엔 또 다른 피해자 이모씨로부터 “미8군 기지 내 미용실 자리를 내주겠다”며, 입찰비(2,000만원)와 출입증 발급비(450만원) 명목으로 2,450만원을 가로챘다.
경찰 조사결과 허씨는 약 15년 전 미8군부대 영내매점(PX)에서 일했던 경험만 있었을 뿐, 부대 직원으로 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허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은 채무변제를 위해 썼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허씨가 동종 수법의 범행으로 3차례 실형을 받은데다, 각 범행들이 누범기간 중 이뤄져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피해자 김씨에게 3,000만원 갚은 점과, 자신의 범행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