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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이상무 기자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에 전염성 피부병 ‘옴’이 퍼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 측에 확인하다 보훈병원 측의 해명은 귀를 의심케 할 정도였다. “옴이 요양병원 같은 곳에서는 자주 발생한다”며 “일상적으로 종종 터진다”는 것이다. 그 뒤로 옴이 얼마나 잘 발생하고 막기가 힘든지 건조한 해설이 이어지다, 황당한 말까지 나왔다. “이게 알려져야 할 일 인가요?” 보훈병원은 옴이 퍼진 사실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보훈병원에서 최근 두 달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옴이 퍼졌다는 기사(본보 21일자 12면)가 나간 뒤 환자와 보호자들이 보여준 반응은 보훈병원처럼 가볍지 않았다. 보훈병원에는 항의 전화가 쇄도해 “병원에 옴이 퍼진 게 사실이냐” “위생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는 불만 제기가 쏟아졌다. 뒤늦게 옴이 퍼졌던 사실을 알게 된 보훈병원 환자들도 “한 번 퍼진 것도 찜찜한데 두 달 동안 두 번이나 발생했다는 게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의료계 전문가들도 예사롭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하나 같이 “장기요양시설도 아닌 종합병원에서 옴이 발생했다니 그냥 넘어 갈 일이 아니다”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요양병원에서 종종 발생한다는 근거는 종합병원인 보훈병원에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보훈병원은 옴이 퍼진 재활센터만 있는 병원이 아니다”며 “외과나 내과 등 다른 병동과도 이어져 있어 일반 요양병원에 비해 더 많은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아찔해 했다.
보훈병원의 한심한 위생 관리와 상황 인식은 얼마나 환자 관리를 안이하게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국가유공자나 그 가족들이 찾는 보훈병원에서 후진국 병인 옴이 퍼졌고, 병원에서 요양병원 들먹이며 문제없다고 하면, 국민과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는 한 의사의 일갈을 보훈병원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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