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태워 도피처 물색하고 병 간호
檢, 범인도피 혐의 구속영장 청구
최씨는 입원치료 집행정지 중 달아나
도주 배경과 과정 관심 증폭
김대중(DJ) 정부 시절 권력형 비리사건인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 최규선(57)씨의 도피를 도와준 30대 여성이 구속될 상황에 놓였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 김지용)는 22일 최규선(57)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30대 여성 A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입원 중이던 병원을 벗어나 이달 6일 사라졌다. 검찰은 통화내역 분석과 실시간 위치추적으로 잠적 2주 만인 20일 오후9시쯤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 최씨를 붙잡았다. A씨도 당시 최씨와 함께 있다가 체포됐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최씨가 병원에서 도주할 때부터 자신의 차에 태워 동행하며 경남 하동과, 전남 순천 등지에서 도피처를 물색하고 은신처에서 식사와 병간호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최씨는 2013년 7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아이에너지와 현대피엔씨의 회삿돈 416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쇄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됐다. 최씨는 항소심 재판 중인 올해 1월 녹내장 수술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최씨에게 두 차례 구속집행정지를 허가했지만 최씨가 지난 4일 추가로 낸 연장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는 그러자 구속집행정지 기간 만료일인 이달 6일 서울 강남의 한 대학병원을 빠져나가 도주했다.
현행법상 최씨는 도주했지만 처벌규정이 없어 추가 처벌되지 않지만, A씨는 최씨의 도피나 은신을 도운 혐의가 확인되면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 형법 151조에 따르면 형사 피고인을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검찰은 전날 건강 상태를 이유로 출석 요구에 불응한 최씨도 조만간 불러 도주 배경과 과정을 자세히 조사할 계획이다.
최규선 게이트는 2002년 당시 미래도시환경 대표였던 최씨가 DJ의 3남 홍걸씨를 등에 업고 각종 이권에 개입, 금품을 받아 챙긴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DJ의 두 아들(홍업ㆍ홍걸)이 구속됐고, 최씨도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살았다. 최씨는 출소 뒤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재기를 꿈꿨으나, 정ㆍ관계 로비 단서가 포착돼 2008년 대검 중수부의 조사를 받고 수천만원 횡령 혐의로 약식기소 되는 등 검찰 수사선상에 계속 올랐다. 법정 구속 이후인 지난해 12월에도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또 다른 회사의 대출금 상환용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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