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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다. 보이는 건 황토 빛 사막뿐. ‘마라톤 데 사브레(Marathon des Sables)’. 251km에 이르는 모로코 사하라 사막을 6박 7일 동안 걸어야 하는 지옥의 코스다. 일반 마라톤을 6회 연속 매일 뛰는 것과 같다. 물론 모든 참가자가 완주하지는 못할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오직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며 고독과의 사투를 벌일 뿐이다.
지난 11일 아프리카 모로코 남부 사막지대에서 제32회 사하라 사막 마라톤이 열렸다. 사하라 사막 마라톤은 몽골 고비사막, 칠레 아타카마 고원, 그리고 남극대회와 함께 세계 4대 극한마라톤 중 대표로 꼽힌다. 개인당 500만원의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세계 각국에서 1,000명 이상이 꾸준히 참가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참가자 열명 중 셋 정도는 이 지옥의 레이스를 두 번 이상 경험한 사람들이다. 완주에 앞서 생명을 걱정해야 할 판이지만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얻는 성취감은 그 어떤 것에 비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대회에는 특별한 인물이 눈에 띄었다. 절단된 다리로 경기를 완주해 낸 전 영국 공군중사 던컨 슬레이터가 주인공이다. 200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폭발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그는 다리 대신 의족을 차고 대회에 참여해 156마일에 이르는 대장정을 견뎌냈다. 비슷한 처지의 동료를 돕기 위한 그의 진정한 용기와 희망에 모든 참가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극한의 고통과 희열이 공존하는 사하라 사막 마라톤은 매년 4월 경 열리며 개인, 혹은 3명이 팀을 이뤄 참가할 수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정리 박주영 blues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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