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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대통령 지시 따랐을 뿐”… 수첩 내용도 불리하면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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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대통령 지시 따랐을 뿐”… 수첩 내용도 불리하면 모르쇠

입력
2017.04.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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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1호 재판 사실상 마무리

특검, 朴-崔 자산공유 정황 제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자신의 혐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채 책임을 박 전 대통령에게로 돌렸다. 자신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중간에서 말을 전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관련 안 전 수석과 최순실(61)씨 공판을 열고 안 전 수석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서류증거조사와 증인 신문을 모두 마친 뒤 재판에서 드러난 증거를 토대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에 관해 묻는 절차로 국정농단 ‘1호 재판’은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 다만 이 사건은 뇌물죄 등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 사건과 병합돼 다음 달 2일 재판준비기일이 다시 열리는 만큼, 안 전 수석에 대한 결심과 선고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사초(史草)’라는 평가를 받는 안 전 수석 업무 수첩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을 던졌지만, 안 전 수석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2015년 1월 ‘VIP 대기업별 문화재단 갹출’ 등 내용이 적혀 있는데, 대통령으로부터 무슨 지시를 받았냐”는 검찰 추궁에 “잘 기억하지 못한다. 수첩 내용을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답했다.

수사 초기 안 전 수석은 검찰에 자신의 수첩을 제출하며 ‘국정농단’ 수사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였었다. 그러나 이후 꾸려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자신과 자신의 부인에게 김영재(57) 성형외과의원 원장 부부로부터 받은 금품으로 뇌물죄를 적용하는 등 수사 협조로 돌아오는 게 없자 태도를 바꿨다.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증거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렸다. 최태원 SK 회장과 허창수 GS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마친 뒤 안 전 수석으로부터 최씨가 실소유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한 소개 자료를 받았다고 각각 검찰에 진술했었다. 검찰이 조서를 제시하며 추궁하자 안 전 수석은 “기억이 안 난다. 박 전 대통령이 면담 때 직접 줬을 거다”라며 부인했다. 최씨 소유 스포츠매니지먼트회사 더블루K 대표와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대표의 만남을 주선한 것도, 유정복 인천시장과 통화해 더블루K 추진 ‘5대 거점 인재 육성 사업’을 위한 하남시 부지 지원 여부를 타진한 것도 모두 대통령 지시 사항이었다는 주장이다.

한편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자산을 공유하는 사이였다는 정황이 제시됐다. 특검은 “최씨가 독일 도피 전까지 자신의 개인카드나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 얀슨의 법인카드로 압구정 백화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잠옷과 화장품, 주스까지 사서 윤전추 행정관이나 이영선 경호관에게 전달했다”는 최씨 운전기사 방모씨의 진술조서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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