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ㆍ이홍구ㆍ최재훈 ‘20대 안방 마님’들의 반란
최근 한국프로야구는 포수 기근 현상을 겪고 있다. ‘쌍두마차’ 두산 양의지(30)와 롯데 강민호(32) 그리고 SK 이재원(29) 정도를 제외하면 크게 두각을 나타낸 새 얼굴이 없다. 그러나 트레이드로 새 팀에서 뛸 기회를 잡은 20대 안방마님들이 그 동안 숨겨왔던 잠재력을 폭발하며 KBO리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7일 단행한 SK와 KIA의 4대4 트레이드가 기폭제로 작용했다.
SK에서 백업 포수로 뛰던 김민식(28)은 KIA 유니폼을 입은 뒤 주전 자리를 꿰찼다. 레전드 출신 박경완 SK 배터리코치에게 집중 조련을 받았던 김민식의 장점은 투수 리드와 도루 저지 능력이다.
투수들과 호흡을 맞춘 시간이 적었음에도 빠르게 각 투수의 특징을 파악했다. 그 결과 동료들은 호투의 원동력으로 김민식의 리드를 꼽는다. 지난 20일 kt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헥터 노에시는 “김민식이 잘 이끌어줘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고마워했다.
도루 저지는 올 시즌 10개 구단 포수 중 단연 으뜸이다. 김민식은 7차례 도루 시도 중 6개를 잡아내 도루 저지율 85.7%를 기록 중이다. 그의 빠르고 정확한 2루 송구에 빠른 발을 자랑하는 이대형(kt), 정근우(한화) 등이 꼼짝 없이 잡혔다.
김민식 대신 SK로 넘어온 이홍구(27)는 공격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요즘 쳤다 하면 담장을 훌쩍 넘긴다. 지난 11일 롯데전부터 출전한 네 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날렸다. 20일 현재 타율은 0.421(19타수 8안타)를 기록 중인데 8개의 안타 가운데 절반이 홈런이다.
공격에 비해 수비는 아직 더 보완할 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박경완 코치는 “배워가는 과정에 있는 젊은 포수라 현재 기량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좋은 파워를 갖고 있고, 신체조건도 좋아 본인의 노력만 어우러진다면 좋은 포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수 왕국’ 두산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최재훈(28)도 17일 한화로 트레이드 된 이후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폈다. 한화가 그토록 원했던 20대 포수로 이튿날부터 주전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켰다. 한 때 4연패에 빠졌던 한화는 최재훈 투입 후 LG와 주중 3연전(18~20일)에서 2승1패로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도망가는 리드를 안 하더라”면서 “하나를 얻어 맞더라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차분했다”고 칭찬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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