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외국산 철강 수입이 미국 안보를 침해하는지를 조사하라고 상무부에 지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 등 수입 제한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돼,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장벽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미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철강 수입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령하는 내용의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미국 안보를 침해했는지 상무부가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62년 이 법이 제정된 이후 2011년 철광석과 철강 반(半)제품에 대한 조사를 한 것이 유일한 법 적용 사례인데다가, 대통령이 직접 이 조항을 발령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조항은 해당 업계나 부처·기관에서 요청이 있거나, 상무부가 자체 판단해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행정각서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철강 수입을 제한하려는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각서는 즉각 발효했으며, 상무부는 앞으로 최장 270일 동안 조사를 하게 된다. 만약 조사에서 ‘안보 침해’ 결론이 날 경우, 트럼프 정부는 외국산 철강에 대해 세이프가드나 1980년대 일본 자동차 업체들에 했던 것처럼 자발적인 수출제한(VER) 조치를 통해 보호무역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최근 한국과 중국, 호주 등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입 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북한 핵 해결을 위해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조치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