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유엔 인권결의안 앞둔 북한 입장
송 전 장관, 회고록 뒷받침 증거로 내놔
‘문재인이 물어보라 했다’ 자필메모도 공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007년 노무현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의 논란과 관련해 당시 북한의 입장이 담긴 문건을 21일 공개했다.
A4용지 한 장짜리 문건에는 “남측이 반(反)공화국 세력들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북한의 입장이 담겨 있다. 이어 “만일 남측이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10ㆍ4 선언 이행에 북남간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될 수 있음을 강조함”이라고 적혀 있다. 또 “남측이 진심으로 10ㆍ4 선언 이행과 북과의 관계발전을 바란다면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주기 바란다”며 “우리는 남측의 태도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돼 있다.
문건 하단에는 손 글씨로 ‘18:30 전화로 접수 (국정원장→안보실장)’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전화로 전달했고, 백 실장이 다시 문건 형태로 정리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송 전 장관은 당시 수첩에 적힌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문 실장이 물어보라고 해서…”라고 쓴 자필 메모도 공개했다. 문 실장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칭한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당시 정부가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최종 기권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북한의 의견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07년 11월 20일 싱가포르 ‘아세안+3’ 회의에 참석 중이던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백종천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이 사전 확인한 북한의 입장을 보고했고, 이후 대통령이 기권을 결정했다는 게 송 전 장관의 주장이다.
앞서 19일 대선후보 토론에서 문 후보는 송민순 회고록 논란으로 집중 포화를 맞았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문 후보의 말이 바뀌었다”고 공격하자, 문 후보는 “북한에 물어본 적이 없다”면서도 “국가정보원을 통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파악해 봤고 국정원을 통해 북한의 반응을 확인한 것”이라고 에둘러 답했다. 이에 유 후보는 “그게 물어본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집요하게 물었지만 문 후보는 “여러 정보망을 통해 북한의 태도를 가늠해 본 것”이라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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