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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람잡은 두꺼비

입력
2017.04.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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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개구리로 알고 먹은 50대

부포테닌 등 독극물 중독 사망

지난달 9일 저녁 대전의 한 식당 테이블에 황모(57)씨와 직장 동료 두 사람이 사이 좋게 마주 앉았다. 황씨가 이틀 전 잡아 온 ‘황소개구리’를 같이 먹기 위해서였다. 무 등을 함께 넣은 황소개구리 찌개로 반주와 함께 식사를 시작한 지 5분쯤 지났을 때, 갑자기 황씨가 구토를 하며 쓰러졌다. 함께 식사를 하던 A씨도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비교적 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B씨를 포함, 세 사람이 모두 119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A씨와 B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었지만, 황씨는 다음날 새벽 결국 숨졌다.

경찰은 “황소개구리를 먹었다”는 B씨 진술을 듣고 의아했다. 황소개구리는 1970년대 우리나라 농가에서 사육, 식용으로 팔기 위해 들여온 종. 독성 자체가 없을뿐더러 사람이 먹고 숨졌다는 사례도 지금까지 없었다. 대전경찰청 광역과학수사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찌개를 끓인 냄비 속 내용물이 싱크대 개수대 등에 다 버려진 후였다. 현장 감정에 나섰던 장원석 경위는 “황씨의 시신은 독극물을 먹고 사망한 시신에서 보이는 외형적 특징도 없었다”고 했다.

의문은 2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뜻밖의 결과물을 전해오면서 풀렸다. 황씨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혈액에서 부포테닌 등의 독극물이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싱크대 개수대에서 채취한 음식물 찌꺼기에서도 같은 독극물이 나왔다. 부포테닌은 두꺼비의 속명(Bufo vulgaris)에서 유래된 명칭으로 두꺼비 일부 종의 피부샘에 있는 독극물. 급성신부전을 일으키거나 심장에 무리를 줘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지만 사람이 중독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 정확한 치사량이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 외형이 비슷한 황소개구리와 두꺼비를 착각하는 바람에 빚어진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대전 대덕경찰서는 “친구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준비했겠지만 두꺼비의 경우 치명적인 독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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