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열린 대선후보 2차 TV토론은 공식 대선레이스 돌입 후 처음 열린 자리인데다 시간총량제와 자유토론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해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날 5자 토론회 시청률이 지난 13일 1차 TV토론의 2배를 넘어 26.4%를 기록한 것은 유권자들의 관심과 갈증을 보여 주는 증거다.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30% 안팎의 국민들이 변경기준으로 TV토론을 꼽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이날 토론 역시 성과 만큼 과제도 많이 남겼다. 무엇보다 5명의 후보가 사회자와 함께 120분의 시간을 나눠쓰다 보니 상호 검증 및 공방을 소화하기에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둘째는 자유토론으로 역동성을 높였다고 해도 선두주자 1~2명에 공세가 집중되다 보니 토론이 청문회처럼 방어와 해명으로 흐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런 탓에 비언어적 요소의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스탠딩 토론의 취지 역시 말 그대로 '체력 테스트'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런 식이면 TV토론은 짧은 시간에 상대를 흠집내고 약점을 울궈먹는 네거티브 순발력과 임기응변의 경연장 이상이 되기 힘든다. 일자리ㆍ성장전략ㆍ복지 등 미래지향적 정책공약이나 국가통합 비전 등 큰 그림을 둘러싼 생산적 논쟁을 기대하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토론 과정에서 "주적은 저쪽인데 왜 나를..."이라는 황당 발언이 나오고 "언제적 대북송금 특검을 갖고..."라는 자조적 일침이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선 TV토론은 내달 9일 투표일까지 4차례(중앙선관위 3회, JTBC 1회) 더 남아 있다. 후보들 간에 어렵사리 합의한 절차와 방식을 이제 와서 크게 바꾸기는 쉽지않을 것이다. 그래도 TV토론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면 개선하고 보완하는 게 당연하다. 우선 여론조사 등 객관적 자료에 의해 우열이 뚜렷이 드러난 5명에게 똑같은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기존 틀에 효율성 잣대를 가미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자 혹은 3자 집중 토론이 어렵다면 전체 토론시간이라도 늘리는 게 옳다. 형평성을 이유로 후보당 9분 내에서 상대를 검증하고 자신을 팔라는 게 말이 되는가.
아울러 진행자의 역할을 단순 '시간 관리자'에서 '논점 촉진자'로 확대하는 것은 당장 할 수 있다. 자유토론이라고 해도 특정인에게 질문이 집중되거나 공방이 겉돌면 진행자가 개입해 논점을 정리하고 명확한 대답을 요구해야 한다. 시비가 두려워 이 역할을 포기한다면 '스탠딩만 미국식이고 진행은 한국식'이라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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