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선 후보들은 조세정책에 관한 한 비교적 폭넓은 교집합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2차 TV토론에서도 확인된‘부자 증세’다. 조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 기능 강화, 확장적 재정 운용과 복지 확대 등에 따른 재정 충당을 위해서다. 법인세는 홍준표 후보만 빼고 모두 인상 공약을 냈다.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인상뿐 아니라, 재산세ㆍ상속증여세ㆍ자산소득세 등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조점이나 의지에선 차이가 적지않은 만큼 공약 관철 수단이나 정책 우선순위를 잘 살펴 후보를 선택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법인세의 경우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정부에서 22%로 낮춘 세율을 25%로 원상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과세표준 200억원 이상, 또는 500억원 이상 기업이 적용 대상이다. 아울러 R&D 세액공제도 이중혜택이라는 점에서 조속히 폐지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법인세율 25% 환원을 공약하면서도 불합리하고 복잡한 기업 세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냈다. 사실상 기업 증세로 꼽히는 기업소득환류세제나 배당소득증대세제 등이 대상이다. 안 후보는 기업 기부금 부담을 없애기 위해 아예 기부금 소득공제 제도를 폐지한다는 입장인데,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부자 증세’와 관련해 안 후보는 세목ㆍ세율 조정에 앞서 소득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세원을 넓히는 걸 우선하겠다는 입장이다. 50%에 육박하는 근로소득세 면제자 축소를 위해 과표 2,000만원 이상 소득자에 최저한세율 1%를 부과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식양도차익 및 양도소득, 임대소득 등 자본ㆍ자산소득 과세 강화에 적극적이며, 부가세 조정은 소득ㆍ법인세 인상 선행 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문 후보는 소득 파악 등 과세기반 확대보다는 전문직 소득세 부담 강화, 상속증여세 강화, 자산소득세 강화, 재산보유과세 강화 등 세목ㆍ세율 인상을 서두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기업은 생산의 세계화 및 자동화로 인건비 등 경상비 부담이 가벼워져 영업이익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13.42%에서 지난 1분기 19.8%로 올랐다. 또 기부금 같은 ‘사회적 부담’도 줄어드는 만큼 법인세의 추세적 인상은 당연하다. 자산소득 과세 강화 역시 마땅하다. 문제는 실천의지와 수단이다. 조세정책은 일종의 ‘빚 독촉’ 비슷해서 어떤 후보도 구체적이고 확실한 공약을 꺼린다. 공약의 행간을 읽으며 후보의 정책 우선순위와 의지를 차분히 읽어내는 건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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