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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 방폐물 무단 폐기에 기록 조작ㆍ조사 방해까지

입력
2017.04.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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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총 36건 위반사항 적발

원자로 폐기물 원내 야산 방치

토양 폐기물 58개 드럼 무단 매립

폐기물 소각량 축소해 기록

조사대상 직원에 허위진술 회유

연구용 방사성폐기물을 무단 처분한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관련 기록을 조작하고 원자력안전당국의 조사까지 방해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원자력계의 안전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원자력연의 방사성폐기물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36건의 원자력안전법 위반사항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2월 중간점검에서 밝혀진 12건 이외에 추가로 24건의 위반사실이 또 나온 것이다.

원자력연은 서울 공릉동에 있던 연구용원자로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폐기물 2톤을 처분 규정을 따르지 않은 채 연구원 내 야산에 방치했다. 200ℓ짜리 드럼 58개 분량에 해당하는 토양 폐기물은 아예 야산에 매립했다. 핵연료를 연구할 때 나온 다양한 방사성폐기물도 마음대로 폐기ㆍ배출ㆍ소각했다. 콘크리트 폐기물 0.2톤은 일반 콘크리트와 섞어 버렸고, 유해가스 제거설비에 고인 오염수 1톤은 빗물관으로 배출했다.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있는 작업복 세탁수를 하수도로 흘려 보냈으며, 장갑이나 비닐은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렸다. 또 방사선 구역에서 사용된 기계장치를 무단으로 매각했다. 방사성물질을 허가 없이 또는 허가량을 초과해 사용하는 불법마저 저질렀다. 가령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제염) 연구를 우라늄에 대해서만 허가 받았는데, 세슘과 코발트로 오염된 폐기물도 무단으로 제염했다.

한술 더 떠서 방사능 측정 기록을 수정하거나 조작했다는 사실이 중간점검 이후 추가로 밝혀졌다. 가연성폐기물 처리시설의 배기구에 설치된 방사능 감시기에서 경보가 울렸는데도 운전을 중단하는 등의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배기가스 감시기는 측정 기록이 배출허용 기준보다 낮도록 조작했다. 해당 시설에서 소각한 폐기물 양을 실제보다 줄여 기록하기까지 했다. 광범위한 위법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관계자들은 오히려 원안위의 조사를 방해했다. 무단 처분한 방사성폐기물이 일반 폐기물이라고 거짓 진술을 반복하며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 또 이들은 조사 대상 직원들에게 폐기물 무단 배출을 부인하라고 하는 등 허위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

원안위는 업무정지나 과징금, 과태료 등 원자력연에 대한 행정처분안을 28일 열리는 위원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조사를 방해한 원자력연 관계자들을 내달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월 내부 직원의 제보가 아니었다면 위법 사실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원자력 분야가 위험통제의 사각지대에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더 체계적인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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