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인 교육과정
40시간 이론ㆍ10시간 실습 거쳐
홀로서기 돕는 지원인 자격 획득
‘장애인은 착해야 한다’ 편견
힘 덜드는 청소년 보조 선호 등
마음 속 장벽 허무는 일 시급해
“칼국수가 먹고 싶은데…”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한 18일 점심시간, 우산도 없이 휠체어에 탄 장동화(47)씨가 칼국수가게 앞에서 멈췄다. 식당 앞 나무계단이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 뒤에서 휠체어를 밀던 김대숙(49)씨는 “그냥 들어갈 수 있는 데로 가자”며 방향을 돌렸다. 장씨는 입맛을 다시면서도 김씨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양천구 장애체험관에서 진행된 제12차 장애인활동지원인 이틀째 과정에 참가한 교육생. 장애인활동지원 제도는 혼자 일상생활이 힘든 중증장애인(1~3급)이 가족의 도움 없이 홀로 서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40시간의 이론 교육과 10시간 실습을 거치면 장애인의 요청을 받아 생활 지원이나 출퇴근 지원 등을 제공할 지원인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날 교육 과정에는 42명이 참가했다.
2인 1개 조로 나뉜 이들은 휠체어를 타거나 눈을 가린 채 식사나 물건 사기, 화장실 이용 등의 미션을 수행했다. 장애인의 생활을 직접 체험,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해보자는 취지다.
10시간 가량 체험을 한 참가자들은 이구동성 “장애인이 아닌 이상 느낄 수 없었던, 예민한 불만 등을 몸소 겪을 수 있었다”고 했다. 장씨는 “휠체어를 밀던(활동지원인 역할) 김씨가 묻지도 않고 목적지(식당)를 돌려 당황했지만 오히려 미안한 맘이 들어 쉽게 표현할 수 없었다”며 “내가 지원할 중증장애인의 목소리를 더 잘 들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김정숙(54)씨는 “평소 걷는 속도로만 밀어도 휠체어를 탄 입장에서는 무서웠고, 내 안전이 온전히 남에게 맡겨져 있다는 생각에 신경이 예민해져 짜증을 내게 됐다”고 했다.
평소라면, 자신과 상관 없는 일이라며 무심히 지나쳤을 일도 마음에 걸렸다. 화장실 문 옆으로 비품이 잔뜩 쌓여 있어 한 번 들어간 휠체어를 다시 돌리기조차 어려운 상황 등이 그랬다. 조금만 배려한다면, 그들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얼마든 고칠 수 있는 환경이다.
한 참가자는 “‘장애인은 착해야 한다’는 내 안의 편견을 발견해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도와주는 게 우리 일인데, 장애인들을 끌고 갈 생각만 하고 당연히 내 말을 고분고분 착하게 들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는 것이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스민 차별도 앞으로 이들이 깨야 할 껍데기다.
그 와중에도 상대적으로 편한 일을 찾는 자신의 모습도 돌아보게 됐다. 힘이 덜 드는 청소년과 아이를 평일 낮 시간 동안만 보조하고 싶어하는 마음, 다른 일이 있다면 굳이 하고 싶지 않다는 이기심 말이다. 이상희 양천구 장애체험관 관장은 “실제 직업으로 삼는 사람은 전체 교육생의 5%도 안 된다”고 속상해 했다. 휠체어 앞을 가로막는 보도 턱보다, 나무계단보다 더 무서운 장벽은 우리 마음에 있는지 모른다. 교육생들은 그 장벽을 허물기 위한 한걸음을 디뎠을 뿐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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