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심 없는 극우 젊은층 충성 확보
지지자 89% “선택 바뀌지 않을 것”
파리 곳곳 청년들 나서 선거운동
“프랑스의 문제는 너무 관대하다는 거죠.”
프랑스 북부 소도시 라바주즈 구에의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선 후보 유세 현장. 4명의 동갑내기 친구와 600여명의 관중 속에 서 있던 아드리앙 베흐뉴(25)가 불만을 쏟아냈다. 건설업 노동자로 이민자 동료를 여럿 뒀다는 그는 “마을을 떠나는 회사와 문 닫는 농장, 테러 희생자들, 교회 옆 모스크 등 눈 돌리는 곳마다 문제가 널렸는데 우린 이민자들에게만 (혜택을) 주고 프랑스인은 모른 척 한다”고 성토했다. ”프랑스의 마지막 희망은 르펜”이라는 베흐뉴는 친구들과 프랑스 국가 라마르세예즈를 목청껏 불렀다.
프랑스 대선 1차투표(23일)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모든 후보의 견제 분위기 속에서도 르펜을 향한 20, 30세대의 ‘콘크리트’ 지지는 깨질 줄 모르고 있다. 혁명의 상징으로 꼽히던 프랑스 청년들이 오히려 폐쇄주의를 내세운 극우 후보의 ‘진성 지지층’으로 둔갑, 수도 파리 곳곳에서 청년 활동가들이 국민전선 홍보 전단지를 배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같은날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발표에서도 25~34세, 35~49세 응답자 중 르펜 후보가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르펜 지지층은 특히 다음달 7일 결선투표까지 표심을 바꾸지 않을 진성 지지자로 관측되고 있다. 덴마크 최대은행 단스케방크가 18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르펜 후보의 지지자 중 89%가 ‘선거일까지 후보 선택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미세한 격차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의 경우 이 비율이 72%로 크게 줄었다. 르펜이 1차 관문을 무난히 통과한 후, 혹여라도 반EU 성향인 극좌 장 뤼크 멜랑숑 후보의 표까지 흡수할 경우 당선 가능성이 크게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다. 르펜 후보도 이를 의식, 최근 남서부 보르도에서 청년 정책만을 다루는 유세를 펼치는 등 2030 세대에 집중해 막판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르펜을 향한 청년층의 성원은 무엇보다 실업의 늪에서 오는 좌절감을 딛고 있다. 프랑스 25세 미만의 청년 실업률은 25% 내외로, 전체 평균 실업률의 두 배, 특히 유럽연합(EU)의 이민정책을 주로 이끌고 있는 독일의 청년 실업률과는 4배 가까이 차이 난다. 이러한 청년 세대에게 “변화의 새벽이 밝았다”는 르펜의 EU 탈퇴 공약, 반이민 레토릭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국민전선 청년 조직을 이끌고 있는 게탕 뒤스제(23)는 이에 “일생 동안 자유주의, 무(無)국경, 단일 화폐 등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고 들어왔다”며 “이 시스템은 분명 실패했고 젊은 세대는 이제 변화를 원한다”고 피력했다.
2030세대의 입장은 똑같이 경기 침체에 힘겨워하는 중ㆍ장년층과도 다르다. 1972년 창당한 국민전선을 비롯해 1970년대 극우 정당의 횡포를 목격한 50대 이상 유권자들은 여전히 르펜 후보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65세 이상으로 올라가면 르펜의 지지율은 14%로 뚝 떨어진다. 반면 청년층은 르펜 후보의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 시대를 상상하지 못한 채 ‘국민전선의 극단주의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쉽게 믿게 됐다고 WP는 설명했다.
물론 모든 청년이 극우주의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르펜 후보의 극성 지지자들만이 투표소로 향한다는 점이다. 프랑스 시장조사기관 소시오비전의 레미 우드기리는 “청년 세대에는 다양한 문화와 이민 집단에 열려 있는 집단과 극우 집단이 공존한다”면서도 “하지만 두 그룹의 차이는 전자의 경우 투표를 기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전선이 표를 휩쓸었던 2014년 유럽의회 선거, 이듬해 지역선거를 언급하며 “급진적인 청년들만 투표하기 때문에 국민전선이 승리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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