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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군소후보들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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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군소후보들의 설움

입력
2017.04.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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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9대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7일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는 국회 정론관에서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했다. MBC 인기 예능프로 ‘복면가왕’을 본뜬 복면 기자회견이다. 복면 이름은 ‘파란왕자’. "저렇게까지 망가져야 하나"라는 냉소가 없지 않았지만 좀처럼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끌기 힘든 군소후보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봐줄 만하다. 3억원이나 되는 기탁금을 내고 대선판에 뛰어든 이들은 나름의 출마의 변과 배경이 있다. 그러나 유력 후보 판별에 바쁜 대중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다.

▦ “후보자들이 복면을 쓰고 토론을 해 유권자들이 선입견 없이 정책으로 후보를 선출할 수 있도록 하자.” 이 후보가 유력후보와의 복면 토론을 제안한 것은 그런 점에서 일종의 충격요법이자 '노이즈 마케팅'이다. 5선 국회의원 출신에 이명박정부의 실세장관을 지낸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극복을 위한 분권형 개헌의 전도사다. 이번 출마는 그 연장선이고, 우스꽝스러운 복면기자회견도 그래서 불사했다. 그를 포함해 이번 대선에서는 10명이나 되는 군소후보들이 출마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의 출신도 사연도 가지가지다.

▦ 노무현정부의 육군참모총장과 박근혜정부 초대 국정원장을 지낸 남재준 통일한국당 후보,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국민대통합당 후보, 태극기 세력을 기반으로 하는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사건으로 유명한 김선동 민중연합당 후보 등은 그래도 나름 지명도가 있다. 그러나 오영국(경제애국당) 이경희(한국국민당) 김정선(한반도미래연합) 윤홍식(홍익당) 김민찬(무소속) 후보는 일반인에겐 낯선 인사들이어서 “왜 나왔지?” 하는 궁금증만 더한다.

▦ 이들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3차례 진행하는 5명의 초청후보 토론회에는 끼지 못한다. 대신 24일 밤 11시부터 KBS에서 진행되는 ‘비초청후보 토론회’에 한 차례 참여할 수 있다. 19일 밤 KBS 주최로 열린 5명 후보의 스탠딩 토론회도 어수선했는데 10명이나 참가하는 비초청후보 토론회는 또 어떨지 얼른 상상이 안 된다. 똑같은 돈을 내고 등록했는데 초청, 비초청으로 나눠 차별하는 건 위헌이라는 주장도 하지만 현실을 무시하기 어렵다. 정말 아니다 싶은 후보들도 있지만 정치 생태계의 다양성을 감안하면 군소후보들의 짠한 몸부림을 마냥 외면할 일은 아니다.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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