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언론, 거짓행방 두고 네탓 공방전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거짓행방’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언론 간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칼 빈슨 항모가 한반도로 가는 시간을 못박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함대(armada)’가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일어났다. 아니 그보다 일어나고 있는 중”이라며 “대통령은 결코 칼 빈슨 항모의 한반도 도착 시기를 밝힌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우리가 하겠다고 말한 것을 정확하게 하고 있을 뿐”이라며 “통상 우리 함정의 일정을 미리 알려주지는 않지만, 우리는 우리가 아는 사실 한도에서 항로를 변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 관료도 “국방부는 통상 항공모함이 언제 어디에 있을지를 정확하게 얘기하지는 않는다”며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국내외의 엉성한 언론 보도가 사태를 키웠다”고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이에 대해 미 언론은 말도 안되는 변명이라고 반박했다. CNN은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와 인터뷰한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며 백악관이 군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는 지난 1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마다(armada, 무적함대)를 한반도에 보내고 있는 중이다. 이는 아주 강력하다. 우리는 잠수함도 있다. 잠수함은 항공모함보다 더 강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CNN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We are sending an armada”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무적함대를 보내고 있는 중"이라고 분명히 밝혔다는 것이다. 무적함대를 보낼 것이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보내는 중이라고 현재진행형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CNN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와 인터뷰한 영상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번 이 같은 표현을 쓰며 칼 빈슨호가 현재 한반도로 가고 있다는 뉘앙스를 분명히 했다며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의 변명이 너무나 군색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미 해군은 4월 9일 핵 항모 칼빈슨 전단이 호주로 가는 예정된 일정을 건너뛰고 서태평양으로 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항모는 실제 일주일이 지나도록 호주 해상에 있었으며 19일에야 호주와 연합훈련을 마치고 동해 쪽으로 기수를 돌려 한반도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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