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공학자ㆍ디자이너 부부
감성현 로봇 체험공연 준비
과천과학관서 22, 23일 선봬
“머잖아 인간과 로봇이 같이 살게 되면서 서로의 유대감이 중요해질 것이다. 애완동물처럼 로봇에게도 애착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22, 23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국내 처음 선보이는 ‘감성형 로봇 체험공연’을 준비하는 로봇공학자 한재권(43) 한양대 교수와 로봇디자이너 엄윤설(41) 숙명여대 교수 부부는 로봇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미래를 꿈꾼다. 그래서 공연 시나리오도 관람객이 일방적으로 로봇에게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로봇을 도와 임무를 수행하도록 짰다. 19일 오후 찾은 과천과학관은 공연이 펼쳐질 무대 설치가 한창이었다.
로봇 하면 커다란 철제 몸통에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이 연상된다. 하지만 공연 속 로봇 ‘에디’는 딴판이다. 가로ㆍ세로ㆍ높이 30㎝ 미만의 아담한 체구에 북실북실 털이 달린 강아지 같다. 사람이 털을 쓰다듬으면 눈을 반짝이며 소리를 낸다. 털 사이 전도성 실이 인체의 미약한 전류를 감지하는 원리다. 30여분 동안 관람객 1명과 에디 1대가 팀을 이뤄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친밀감도 형성된다. 로봇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혔다는 점을 인정받아 에디는 지난 2월 한국로봇학회 로봇디자인대회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에디의 외형을 디자인한 엄 교수는 “무대 위에서 춤추는 모습을 단순히 보는 식의 로봇 공연만 10여년간 계속돼왔다”며 “로봇이 직접 파트너를 따라다니는 형태의 체험공연은 외국에서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로봇 여러 대가 각자의 주인을 따라다니게 만드는 기술은 말처럼 쉽지 않다. 에디는 관람객 헬멧 속 무선통신장치의 신호를 받아 주인의 방향을 파악하고, 공연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통신모듈로 자신의 위치와 주인과의 거리를 알아낸다. 또 자신의 위치 정보를 다른 로봇에게 전달해 충돌을 피한다. 에디를 설계한 한 교수는 “이런 기능들이 동시에 구현돼야 하기 때문에 공연이 성공하면 학술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유학 시절 ‘타임’이 선정한 2011년 최고 발명품 50선에 든 인간형 로봇 ‘찰리’ 제작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던 부부는 ‘친근한 로봇’을 널리 보급하는 게 목표다. 그래서 “플라스틱이나 극세사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50만원 이내의 비용으로 누구나 직접 에디를 만들 수 있도록 공연 후 오픈소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과천과학관이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해피사이언스데이’ 행사의 하나로 마련한 이번 공연에선 관람객이 키 130㎝ 이하 어린이 40명으로 제한된다. 바닥에 놓인 에디와 관람객 헬멧 사이의 원활한 통신을 위해서다. 엄 교수는 “다음 공연에는 에디를 업데이트해 수용 가능한 관람객 수를 늘리고, 해외로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천=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