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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세상을 그리다] 삶의 난제들을 풀어내는 방법

입력
2017.04.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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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생겼어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그림ㆍ이지원 옮김

논장 발행ㆍ50쪽ㆍ1만1,000원

식탁보에 얼룩을 내고 고민하는 주인공처럼 산다는 건 시시때때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논장 제공
식탁보에 얼룩을 내고 고민하는 주인공처럼 산다는 건 시시때때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논장 제공

산다는 것은 시시때때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인지 모른다. 쏟아지는 대선 공약을 해석하고 분별하는 화급한 문제를 비롯해 일상의 온갖 문제가 차고 넘친다.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온갖 위기와 딜레마의 쳇바퀴가 격하게 돌아가는 나날, 정의롭고도 현실적인 해답 찾기가 잔디밭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이 막막하게 여겨진다.

국내에 거의 모든 작품이 번역 소개되어 있는 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 ‘문제가 생겼어요!’는 유머러스하고도 지혜로운 문제 해결의 한 예를 보여준다. 딱딱한 미색 표지에 짙은 노란 색의 둥그스름한 세모 그림, 그것이 바로 ‘문제’이다. 이 둥그스름한 세모 그림을 만져보면 살짝 누른 압인 효과를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를 인지하는 순간 다리미가 떠오른다는 것이 재미있다.

할머니가 수를 놓은 덕분에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식탁보, 주인공은 그 특별한 식탁보를 다림질하다 잠깐 딴전 피워서 자국을 내고 만다. 바로 그 표지의 둥그스름한 세모 형태로! 순간의 실수가 만든 이 엄청난 흔적을 어찌할까. 세상 어떤 장사도 들어낼 수 없는 낙인이요, 어떤 강력 세제로도 지울 수 없는 얼룩이요, 어떤 현명한 존재도 조언 할 수 없는 난제요, 세상 모든 정보가 떠다니는 인터넷 지식 검색 창을 두드리거나 간절히 기도를 하거나 처음부터의 일을 모두 돌이켜봐도 답이 없는 문제이다. 주인공은 터무니없는 핑계를 대어보기도 하고 변명을 만들어보기도 하다가, 땅속으로 숨어버리고 싶도록 절망한 끝에 캄캄한 그 마음 바닥에서 마침내 자맥질해 오르며 한숨 쉰다. ‘잘못을 털어놓고 용서해달라고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마침내 외출한 엄마가 돌아오고, 주인공의 고백을 듣고, 그리하여 마침내 그토록 지난했던 난국이 어떻게 놀랍고도 근사하게 해결되는지, 손수 그림책을 펼쳐서 들여다보시기 바란다. 전편에 걸쳐 시종일관 등장하는 다리미 자국 그림이 장면마다 각기 다른 메타포로 변주되고 변용되는 이미지 놀이는 이 그림책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즐거움인데, 결말에 이르러 극대화된 해피엔딩의 이미지는 더없이 인상적이다.

‘문제 해결’에 대한 팁: 로마시대 철학자 키케로는 아예 문제를 만들지 말라면서, 다음과 같이 실수를 막는 비결을 손꼽았다. 다른 사람을 짓밟으면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환상, 변화와 어려운 과제에 대한 두려움, 불가능을 쉽게 인정하는 비겁, 사소한 애착과 욕망조차 포기하지 못하는 탐욕, 정신 수양과 독서를 멀리하는 게으름, 타인에게 자기 방식을 강요하는 아집을 부리지 말라.

이상희 시인·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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