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릭 테임즈/사진=테임즈 인스타그램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메이저리그는 항상 4월이면 '에이프릴 스토리(4월의 이야기)'라는 것이 등장한다. 매 시즌 첫 달에 깜짝 스타가 등장해 야구팬들을 즐겁게 한데서 비롯된 말이다. 지난해 혜성처럼 나타나 데뷔와 동시에 4경기 연속 홈런(6홈런) 및 6경기 7홈런으로 각각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웠던 트레버 스토리(25ㆍ콜로라도 로키스)가 있었다면 올해는 에릭 테임즈(31ㆍ밀워키 브루어스)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2017년 4월 빅리그는 '테임즈 앓이' 중이다. 테임즈는 지난 18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전에서 11경기 만에 7호 홈런(20일 현재 내셔널리그 1위)을 때려내며 구단 역사상 개막 후 14경기에서 최소 7개 이상의 홈런을 친 역대 4번째 선수가 됐다. 홈런만이 아니다. 선발로 나선 첫 12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렸고 이 중 6번이 멀티히트(총 14안타)였다. 2013년 소리 소문 없이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향해야 했던 30대 외야수의 반전 스토리치고는 너무나 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편견' 걷어내니 '성공' 보였다
그러나 알고 보면 편견 없이 선수를 대한 구단의 철저하게 준비된 성공 스토리일지 모른다는 진단이다. 테임즈가 7호 홈런을 치던 날 FOX 스포츠의 명칼럼니스트인 켄 로젠덜은 "왜 테임즈가 한국에서 '갓(God)'으로 불렸는지 알게 됐다"며 "이제 테임즈는 보스턴 레드삭스(6개)보다 많은 홈런을 쳤다. 과연 그들은 이런 결과를 알고 있었을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스턴스(32) 밀워키 단장은 "대부분의 분석이 한국 프로야구를 더블A와 트리플A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보지만 우리는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나 각각의 개인에 맞춘 개별 평가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으로 간 테임즈는 꽤 과감하게 스윙 매커니즘을 바꿨을 뿐 아니라 거듭된 변화구를 접하며 타석에서의 단련법이 부쩍 좋아져 결과적으로 변화구 대처 능력이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FOX 스포츠에 따르면 변화구에 따라 나간 테임즈의 스윙은 21%로 리그 평균인 31.5%보다 낮다. 아울러 7개의 홈런 가운데 2개는 변화구를 공략해 얻어냈고 다른 하나는 체인지업이었다. 스턴스는 "이런 변화들을 추적해오면서 우리는 테임즈가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2015년 가을부터 테임즈와 얘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 韓프로야구에서 훔쳐온 테임즈
ESPN은 "테임즈가 밀워키의 투자에 확실히 보답하고 있다"고 바람몰이에 나섰다. 간판 프로그램인 스포츠센터에 나온 칼럼니스트 팀 커크잔은 심리적인 면에 주목했다. 그는 "스몰 마켓의 한계를 지닌 밀워키는 좋은 선수를 찾아 다닐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한국까지 눈을 돌렸다"면서 "단장과 얘기를 나눠보니 어느 장소에서든 좋은 선수가 발견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커크잔은 "크렉 카운셀(47) 감독한테 물어보면 테임즈는 스프링캠프 초반에 썩 잘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곳에 처음 발을 들인 어린 선수들처럼 중압감이 매우 컸다. 한때 실패해 한국으로 간 선수가 많은 돈을 받고 다시 돌아왔다는 압박감이다. 이곳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를 지켜본다는 걸 알았다. 또 한국에서는 '네가 잘하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며 기대가 컸다고 한다"며 "이제 시작이라서 대단한 홈런타자가 될 거라고는 장담 못한다. 그러나 그는 30살(만 나이)이고 좋은 스윙을 가지고 있다. 이 정도면 아주 좋은 4월의 스토리"라고 칭찬했다.
CBS 스포츠의 단 페리는 타고투저 현상으로 평가 절하된 한국야구에서의 기록이 빅리그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페리는 "테임즈는 시즌 초반의 베스트 스토리"라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는 타고투저 현상이 심한 환경이어서 계약 당시 3년간의 홈런 수(124개)를 놓고 부정적인 시각도 팽배했는데 현재까지 테임즈는 여기서도 똑같이 놀라운 수치를 보이며 훔쳐온 타선의 핵으로 변모하는 중"이라고 정리했다. 페리는 그 근거로 테임즈의 괴물 같은 슬래시 라인(타율/출루율/장타율ㆍ0.408/0.500/0.959)을 제시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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