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사드 배치 놓고 협공하자
문재인 다소 짜증스러운 반응도
사드ㆍ햇볕정책 계승 공세에
문 “평화 향한 방법론이 다른 것”
유-심 나란히 마이크 경쟁 속
사전 대본 없어 다소 혼란도
본격적인 ‘스탠딩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불꽃이 튀었다. 19일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집중 공격을 받은 건 두 양강 후보였다. 특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총 18번의 질문이 쏟아져 답을 하느라 바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3번 질문을 받았다.
문ㆍ안 협공한 유ㆍ심
정치ㆍ외교ㆍ안보를 주제로 한 1부 토론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유승민 바른정당ㆍ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문 후보에게 협공을 펼쳤다. 유 후보의 추가 질문에 문 후보가 “저한테 자꾸 물으시면 다른 얘기를 할 수 없다”고 다소 짜증스럽게 반응하자, 이번엔 심 후보가 바통을 이어 받아 “그럼 제가 질문하겠다”며 ‘팀 플레이’를 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와 관련해서도 문 후보는 유ㆍ심 후보로부터 우ㆍ좌의 포화를 받았다.
안 후보에게는 사드 배치 당론, 햇볕정책 계승 여부를 두고 다른 후보들의 공세가 쏟아졌다. 안 후보를 향해서는 보수 진영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 후보가 적극 나섰다. 홍 후보는 “사드 당론을 바꾸려면 (국민의당 대표) 박지원씨를 내보내야 한다”, 유 후보는 “햇볕정책의 주역이 국민의당 의원들”이라고 지적했다.
교육ㆍ경제ㆍ사회ㆍ문화 분야의 2부에서도 유ㆍ심 후보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심 후보는 문 후보가 복지 공약을 대폭 수정한 것을 도마에 올렸다. 심 후보는 “문 후보가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공약이 주말 새 대폭 후퇴했다”며 “아동수당은 2분의 1, 청년수당은 7분의 1, 육아 예산은 4분의 1로, 노인 기초연금은 3분의 2 수준으로 대폭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진땀을 흘리며 “정책을 마지막까지 다듬는 게 무슨 문제냐”고 맞받아쳤다. 유 후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이겠다는 문 후보의 공약을 거론하며 “구체적인 재원 (대책) 얘기는 없다”며 “대체 돈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고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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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때와 달라진 토론 스타일
이날 토론에서는 1차 토론에 비해 후보들의 스타일이 더욱 뚜렷해졌다. 문 후보는 미소를 줄이고 단답형으로 답해 상대의 재반론을 단호하게 끊어냈다. “강요하지 마시라”, 입장이 오히려 모호한 안 후보에게 “질문해보시죠”라고 되받아 치는 식이다. 안 후보는 여유를 보였다. 공통질문을 선택하는 버튼이 1ㆍ2번 둘뿐이자 “(자신의 기호인) 3번은 없습니까”라고 웃으며 묻거나, “네거티브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공격을 피해가는 전략도 구사했다. 홍 후보는 자신에게 유 후보가 남은 시간 질문을 할애하며 도덕성 검증을 하자 “내 참, 꼭 (2012년 대선 때) 이정희(당시 후보)를 보는 것 같아서… 주적은 저기예요”라고 피해갔다. 경제ㆍ복지 공약을 두고 나머지 후보들이 공방을 벌이자 “기재부 국장끼리 토론하는 거 같다”고 하기도 했다.
유 후보와 심 후보는 ‘시간 총량제’로 진행된 토론에서 틈이 보일 때마다 “그럼 제가 질문해보겠다”, “저 잠깐만요”라며 ‘질문 폭격’을 하며 ‘마이크 경쟁’을 벌였다. 사전 대본이 없어 다소 혼란도 있었다. 사회자가 안 후보에게 “지금 시간이 4초밖에 남지 않았다”고 알려주자 안 후보가 “4초 동안 무슨 질문을 하지”라며 당황하기도 했다.
후보들은 이날 생소한 스탠딩 토론 방식을 두고 진땀을 빼야 했다. 스탠딩 토론은 사전 원고 없이 진행한다는 점에서 정해진 질문과 준비된 답변을 그대로 읽는 시간이 많았던 기존 토론 방식과는 크게 달랐다. 후보자들은 토론장에 메모지와 필기구만 지참한 채 들어가 120분 동안 서서 토론을 벌였다. 후보들이 발언하지 않는 동안 쉴 수 있도록 보조 의자가 제공됐지만, 뜨거운 열기에 후보들은 토론 내내 서 있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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