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기소 다음날 지검, 고검장과 만찬
“우병우 수사 등 최선 다했다” 내부비판 우회적 반박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 한 여파로 용퇴 논란이 일었던 김수남 검찰총장이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한 이튿날 수도권 지검ㆍ고검장들과 만찬을 갖고 수사결과에 대한 긍정평가와 함께 소회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업무와 조직장악에 강한 의지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져 김 총장이 사퇴 논란을 일축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김 총장은 지난 18일 대검에서 수도권 고ㆍ지검장 10여명으로부터 차례로 업무보고를 받은 뒤 구내 간부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은 물론 서울동ㆍ남ㆍ북ㆍ서부지검장, 인천ㆍ수원지검장, 춘천지검장 등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검 관계자는 “분기별로 각 청의 현안ㆍ업무 보고를 하고, 식사를 함께 하면서 가볍게 환담한 통상적인 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기소 다음날 이런 자리를 마련함에 따라 김 총장이 본격적으로 조직 추스르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을 임명한 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데 대해 착잡한 심경을 드러내면서도 “최선을 다했다”며 검찰의 수사결과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수사에 대해서도 “전담팀을 꾸려 사실상 특임검사 식으로 모든 의혹을 철저히 수사했다”는 점을 참석자들에게 강조했다고 한다. 본인을 포함해 검찰 수뇌부가 우 전 수석과 수시로 통화하고, 검찰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시비가 인 데 대한 반박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또 이 자리에서 윤웅걸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각 당 대선 후보 공약 등 정치권 현황을 브리핑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향후 검ㆍ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이슈에 논리를 잘 정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김 총장이 대선과 관련해 불 붙고 있는 검찰개혁 이슈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김 총장은 또 불법 선거운동을 차단하되 절제된 수사권 행사를 당부했다고 한다. 김 총장의 이러한 조직 다지기 행보는 임기 종료 전 용퇴는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과거 권력형 비리 수사 이후 검찰총장이 사퇴한 전력이 많지만 박 전 대통령 구속 이후 검찰 내부적으로 사퇴를 만류하는 기류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상 보장한 총장 임기는 올 12월 1일까지다. 김 총장은 이날 수도권 고ㆍ지검장에 이어 중ㆍ남부권 고ㆍ지검장 등과도 같은 자리를 조만간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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