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로봇세 매겨야” 주장
해외선 제도 정비 목소리 높아
한국은 실업 진지한 고민 부족
기본 소득세 등 대응 논의해야
“2030년이면 미국의 직업 가운데 38%가 로봇에 의해 사라질 것이다.”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회계컨설팅그룹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앞으로 15년 안에 전체 일자리 중 3분의 1 이상이 로봇에 의해 자동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가장 먼저 사라질 직종으로는 트럭 운전이 꼽혔다. 미국에서는 장거리 고속도로 수송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조작 만으로 자동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과 로봇의 공존은 이미 시작됐다. 햄버거 패티를 굽고 호텔 심부름을 하는 로봇이 왕성하게 활동 중인 미국을 필두로 우리나라 역시 서비스 로봇 개발에 한창이다. 로봇과 함께 사는 시대가 임박하면서 서둘러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차지한다면 그들도 세금을 내야 한다”며 ‘로봇세’ 도입을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로봇 도입으로 향상된 생산성이나 수익에 대해 일정 비율로 세금을 걷어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의 교육과 인력 재배치 등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로봇으로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가 나오는데, 로봇을 단지 일자리 약탈자로 보고 과세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최근 국내에서도 대선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 대응 방안을 공약에 포함시키면서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하는 공약을 발표하는 등 국가의 관리 기능을 강조했다. 세계 최초 초고속 사물인터넷(IoT)망, 스마트 도시 등을 구축하는 ‘21세기형 뉴딜 정책’도 함께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민간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되 정부는 교육을 통한 전문가 양성 등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여기엔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에 대한 해법은 빠져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인간의 노동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가 생길 것에 대비해 기본소득제 도입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 연구위원도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기존 근로자들이 새로운 기능을 신속하게 습득해 업무를 전환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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