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을 기다린 간절함도 객관적인 실력 차이를 극복하기는 역부족이었다.
FC서울이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32강전에서 두 골을 터뜨린 윤일록(25)의 활약에 힘입어 FC안양을 2-0으로 누르고 16강에 올랐다.
이날 맞대결은 경기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FC서울의 전신은 안양을 연고로 하던 LG 치타스다. 2004년 1월 서울로 연고를 옮기며 팀명을 바꿨다. 당시 안양 팬들은 연고 이전에 극렬히 반대했고 2013년 12월, 지금의 시민구단인 FC안양이 창단됐다. 그 동안 서울이 1부, 안양이 2부에 속해 K리그에서는 만날 일이 없었지만 이날 FA컵에서 처음 격돌하게 됐다.
연고이전 후 13년 만에 이뤄진 승부라 안양 팬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경기 전 김종필 안양 감독은 “내가 예전에 안양공고에서 감독을 해서 연고 이전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안양 팬들에게 이번 경기가 갖는 의미가 얼마나 간절한 지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고 말했다. 킥오프와 함께 안양 응원석에서 불꽃이 타올랐고 짙은 연기가 경기장을 감쌌다. 안전을 위해 경기장에서 불꽃을 피우는 행위는 금지다. 하지만 안양 팬들은 알면서도 결연한 마음을 담아 홍염 심지에 불을 붙였다. 안양은 벌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안양은 예상과 달리 경기 초반부터 정면 승부를 했다. 과감한 전진 패스와 강한 몸싸움으로 서울 선수들을 당황케 했다. 하지만 서울 윤일록이 안양의 희망을 잠재웠다. 그는 전반 26분 이상호(30)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정확한 헤딩 슈팅으로 그물을 갈랐다. 전반 34분에는 높이 뜬 볼을 골문 오른쪽에서 그대로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고 안양 골키퍼 김민식(32)이 빠뜨리는 바람에 추가 골이 됐다.
안양도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40분 빠른 역습으로 조석재(24)가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았지만 마지막 순간 슈팅을 서울 수비 오스마르(29)가 막아냈다. 후반 16분 김민균(29)의 오른발 슈팅은 서울 골키퍼 유현(33)의 선방에 걸렸다.
이날 가장 큰 이변은 전주에서 나왔다.
‘우승후보’ 전북 현대가 부천FC와 홈경기에서 전ㆍ후반과 연장까지 120분을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4로 패했다. 작년 FA컵 8강에서도 전북을 3-2로 꺾었던 부천은 2년 연속 최대어를 낚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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