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과 소주라도 한 잔 할까요.”
정해성(59) 국가대표 신임 수석코치가 미소 지었다.
정 수석은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FC서울과 FC안양의 FA컵 32강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슈틸리케호에 합류한 소감과 과제 등을 밝혔다. 2012년 여름 전남 드래곤즈 감독에게 물러난 뒤 대한축구협회 경기위원장과 심판위원장 등 행정일을 하다가 약 5년 만에 현장에 돌아온 그는 약간 긴장돼 보였다. 하지만 베테랑 지도자답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정 수석은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과 스킨십을 꼽았다. 그가 촌철살인 조언을 해도 슈틸리케 감독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전날인 18일 슈틸리케 감독과 첫 회의를 소화한 정 수석은 “앞으로 대화를 하고 소통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분위기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빠른 시간 내에 감독님을 자주 만나서 서로 알아가겠다. 코치 경험을 살려 감독님을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 이어 “속에 있는 마음을 다 꺼내놓고 대화하려면 소주 한 잔 하면서 대화하는 게 참 좋다.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과거 2002년 한일월드컵(4강)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16강)에서 거스 히딩크, 허정무 감독을 각각 보좌해 큰 성과를 냈던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선을 확실히 그었다. “코치가 관여할 부분이 있고 그래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며 “슈틸리케 감독님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직언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해성 수석코치와 일문일답.
-슈틸리케 감독과 18일 첫 미팅을 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처음 만난 만큼 내 역할보다는 앞으로 치러야 하는 최종예선 3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피지컬을 끌어올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구체적인 역할 분담은 차차 이야기할 것이다. 처음 감독과 만나서 느낀 점은 앞으로 충분히 대화를 나눠가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고 소통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감독과 수석코치로서 서로 자주 만나서 대화하며 알아가는 게 팀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수석코치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선수와 감독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 감독이 주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게 수석코치다. 더불어 선수들이 편하게 사명감을 가지고 훈련하게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나이 차가 많지만 소통과 대화를 통해서 대표팀이 어떤 위치에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내가 먼저 실천하면서 보여주겠다.”
-유럽파 선수들과 이야기는 나눠봤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는 연락했다. 선수들도 나의 취임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물론 구자철,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 박주호(도르트문트) 등도 대표팀에서 나와 함께 생활을 해봤던 선수다. 그 동안 연락을 취하면서 대화를 나눠왔다.”
-최근 젊은 선수들이 태극마크의 의미를 과소평가한다는 평가도 있는데.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와는 세월이 많이 지나서 분명히 차이는 있을 것이다. 국가대표라고 하면 그에 맞는 자세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부분을 선수들에게 강조하겠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팀의 중요성을 알리고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하겠다.”
-슈틸리케 감독이 팀 내 기강을 강조했는데.
“개인적으로도 팀 내부의 일이 외부로 나가는 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팀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방안을 구상해서 수석코치로서 역할을 다하겠다.”
-선수를 감독에게 추천하는 역할도 해야 하는데.
“K리그 클럽 감독들과 직접 만나서 좋은 선수를 추천 받겠다. 이런 추천을 종합해서 슈틸리케 감독에게 보고하겠다. 일단 감독님께 가장 먼저 보고를 하는 게 중요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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