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라이벌인 삼성과 애플이 또 다른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양 사의 세력 확장이 중복된 영역으로 모아지면서다. 이로써 양 사는 스마트폰에서부터 태블릿 컴퓨터(PC)와 스마트워치에 이어 또 다른 영역에서의 치열한 경쟁도 점쳐진다.
양 사는 먼저 스마트카에서 충돌할 조짐이다. 대규모 투자나 사업 진행 부문에서 양 사 모두 가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국으로부터 자사의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허가 받았다. 허가 받은 차량은 2015년형 렉서스 RX450h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 3대(운전기사 6명)다. 캘리포니아주는 자율주행차의 도로 주행 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운전자 탑승을 의무화했다. 지난 2015년부터 ‘타이탄’이란 프로젝트 하에, 자율주행차 사업을 착수한 애플은 이미 1,000여명의 자동차 전문 인력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카는 삼성전자 역시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ㆍ합병(M&A) 규모로는 최대인 80억달러(약 9조3,760억원) 투자 계획 발표와 함께 미국 전장(電裝ㆍ전기 전자 장치) 전문기업인 하만 인수에 나서겠다고 밝힌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최종 도장을 찍었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 마크레빈슨, AKG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카오디오에서는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등의 브랜드로 전 세계 시장점유율 41%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다. 전장사업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하만 인수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하만은 이달 21일 개막할 예정인 중국 상하이모터쇼에 참석, 최첨단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과 애플의 두 번째 격전지는 반도체 분야에서 벌어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애플이 최근 매몰로 나온 일본의 대표 메모리반도체 기업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애플은 특히 아이폰 하청업체로 잘 알려진 폭스콘 및 샤프 등과 손잡고 도시바 인수전에 참전하면서 30조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 인수를 통해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의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와 더불어 원가경쟁력까지 가져가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자료가 손실되지 않는 특성으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사용된다. 애플의 연합군이 도시바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이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와의 진검 승부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대만의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37.1%, 도시바 18.3%, 웨스턴디지털 17.7%, 마이크론 10.6%, SK하이닉스 9.6% 순이었다.
양 사의 전운은 콘텐츠 분야에서도 감돌고 있다. 가능성은 최근 불거진 애플의 디즈니 인수설로 높아지고 있다. 실제 현재 미국 월가에선 애플의 디즈니 인수 시나리오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넷플릭스와 경쟁관계인 디즈니 인수를 위해 애플이 약 2,380억달러(약 269조원) 지출도 감수할 것이란 게 줄거리다. 투자사인 RBC 캐피털 마켓은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선 애플이 디즈니 인수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보고서도 내놨다.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등의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테마파크와 방대한 양의 영화까지 보유한 디즈니 콘텐츠를 아이폰에서 구현할 경우, 기대되는 연계효과(시너지)는 폭발적일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이 시나리오가 완성된다면 디즈니를 등에 업은 애플과 넷플릭스를 콘텐츠 협력사로 둔 삼성전자의 한 판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IT 전자 분야의 확장성을 고려하면 삼성과 애플의 라이벌 관계는 하드웨어 이외의 시장에서도 벌어질 공산은 크다”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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